채운석71

장마와 더위를 적당히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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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났다. 분주한 삶을 살았지만, 유난히 빨리 지나갔다.

교회 건축 업무 중 일부를 맡아 나름 열심히 보낸 기간이기도 하다.

건축 업무로 고생하던 분들이 여러 일로 지쳐, 업무 대행자가 필요했고, 그 일이 마지막에 나에게 왔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고, 에너지와 시간 소모가 필요한 일이다.

어차피 누군가는, 고생하고 욕먹는 일이어서 그런 맷집은 좀 있기도 한 것도 같아 여하튼 맡았고,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고마운 분들의 협력으로 마무리 중이다.

 

살면서 무슨 큰 일이다 싶은 일을 만나면, 살아온 삶의 방식을 조정하는 습관이 있다.

기존 방식과의 결별을 해야, 시간과 에너지가 보존되고, 일에 집중할 힘이 생긴다.

 

교회 건축 일을 시작하면서, 저녁형 삶을 새벽형 삶의 방식으로 전환했다.

가능한 이른 새벽 뒷산을 걷는 일을 주요한 하루의 일과로 정했다.

뒷산을 걸으며 묘한 특징을 발견했다. 맨발로 산을 걷는 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산을 걷는 이들은, 산행 중 만나는 이들에게 관심과 인사를 잘 나누지 않는다.

헌데 독특하게도 맨발로 걷는 이들 중엔 지나는 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많다.

 

뭐지? 맨발로 걸으면 타인에게 밝게 인사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나?

우선은 궁금했고, 맨발로 걸을 만한 계절이 와서 나도 실험 삼아 맨발 걷기를 해봤다.

 

건축 일을 진행하면서, 잠을 자다 깨면 이런저런 염려가 들곤 해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맨발로 대충 여러 날을 걷고 나니, 잠이 들면 새벽까지 쭉 잔다.

 

난, 모기에 한번 물리면 물린 자국에 눈에 띄는 생채기에 깊은 딱지가 들어서곤 한다.

여름철이면 전자 모기향, 물파스 등은 여름을 나는 필수품이다.

 

뒷산에는 4월 말쯤이면 온갖 날벌레들이 기운을 펼쳐 날아다니고, 5월부터는 산모기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뒷산 헬스장(?)에는 역기, 아령, 철봉이 있다.

한 이틀거리로 몇십 분간 들고 매달리다 보면, 산 모기의 각별한 사랑을 온몸으로 받는다.

묘한 것이, 맨발 걷기 후에는 모기에게 십여 군데를 물려도 씻고 나면 가렵지도 않고 흉한 상처가 생기지도 않는다.

 

장마와 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장대비가 내린 날도, 뜨거운 날도 맨발로 뒷산을 오른다.

맨발로 걷다 보니, 땅바닥에 집중하게 되고,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생물들을 발견한다.

뭍 생명에 좀 더 주위를 기울이게 된다.

 

맨발로 걷다 보면, 때론 돌부리, 나무뿌리를 차 고생도 좀 한다.

맨발로 걷다 보면, 새들과 벌레소리, 들꽃의 향기와 나뭇잎들의 살랑거림에 민감해진다.

 

절전과 절수 등에 관한 아내의 지침은 엄격하다.

에어컨은 1년에 2~3회 정도 사용 가능한데, 그것도 온몸으로 저항해야 확보되는 권리다.

맨발로 걷다 보니, 저항의 굳센 마음도 누그러지고, 아마 올해는 실랑이를 하지 않을까보다.

맨발 걷기로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장마와 더위를 맨발로 걸으며 즐겨보시라 조심스레 제안드린다.

 

초기의 고통은 즐거움으로 가는 과정이고 자연의 일부가 되는 시도이니 견뎌보고, 산을 꼬집는 등산스틱은 가능한 자제하고, 걸으며 크게 핸드폰 소리를 노출시키는 습관이 있다면 끄고서 자연과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보자는 것도 추가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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