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조계사에 시월 국화가 가득합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국화와 억새에 이끌려 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알고 보니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라는 조계사 국화축제 현장이었습니다. 꽃밭은 물론 부처님도 코끼리도 동자승도 온통 꽃으로 휘감은 모습을 보며 일 년 내내 수고스럽게 꽃을 가꾸었을 손길에 감탄하고 있는데, 한복 입은 여성 신도가 다가왔습니다. 금박종이를 내밀며 이것을 불상에 붙이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구매를 권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자그마한 불상은 이미 금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해외 관광지에서나 볼 법한 금 부처상을 조계사에서 보게 되네요.
출근한 아들이 일터에서 안전사고로 죽어도 대책이 미비해서 반복해서 사고가 일어나고, 길을 걷다가 압사당해도 누구 하나 책임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는 세상이니, 가족의 안녕을 비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간절한 때입니다. 그렇지만 절에서는 중생들이 삶을 바로 보고 살아가도록 인도해야지…… 절에서 돈 냄새가 나서 서둘러 나왔습니다. 자신의 가르침이 이리 변질하여 부처님은 참 답답하시겠습니다.
유대교 율법 준수를 위해 안식일이면 엘리베이터 단추도 누르지 않으려고 층마다 문이 열리게 운영할 정도로 철저하게 신앙을 지킨다는 이스라엘은 또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전쟁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하나님을 믿는 나라라면 절대 그럴 수는 없는데, 하나님이 진노하고 계실 겁니다.
이태원 참사 때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사과도 하지 않은 대통령은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이 보낸 추모행사 초대를 거절했습니다. 그러고는 어느 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유가족이 있는 이태원 추모식도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도 가지 않고 왜 하필 교회에 가서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기독교인인 나는 참 억울합니다. 예수님은 유가족, 시민들과 함께 통곡하셨을 겁니다.
지금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것들 끝에 '자본교'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목의 이웃 단체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 연대'에서 매년 여는 '평신도 아카데미'의 올해 주제는 '자본교 삼위일체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에 빗대어 자본교의 성부는 자본, 성자는 노동, 성령은 금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내 삶 깊숙이 들어와 나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교로부터 해방되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