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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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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광야 - 우리 안에 감추어진 힘의 근원

posted Apr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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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지원
발행호수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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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고즈넉하게 홀로 자기의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극심하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본다. 상담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내담자들이 홀로 못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이름 모를 불안으로 인하여, 또 어떤 경우에는 어린 시절 방치되면서 우울했던 기억과 느낌이 다시 느껴질까 봐, 또 다른 경우에는 고립감에서 온 공포감 때문에.

 

사실 위에 3가지 사례만 짧게 언급하였지만, 이 중 하나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의 하나는, 학령기 시절 내내 혼자 있는 것에 관계된 어려움이 자주 기억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 태어나자마자 그러니까 아주 초기경험이 고되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10달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났음에도, 당시 열악한 의료환경의 탓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였다고 한다. 이에 담당 의사는 아기가 살 가망성이 거의 없을 것이고 막상 태어나봐야 온전치 못할 것이라 하여, 그 아기를 저 윗목에 놔두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죽겠지 하는 마음에서. 그러나 그 아기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았고, 다음날 이른 아침 회진 때, 아기의 숨이 여전히 붙어있음이 확인되자 그 길로 나의 부모님은 서둘러 아기를 집으로 데려가 최선의 힘을 다하여 잘 키워내셨다는 이야기. 나에게 이 이야기는, 늘 '이랬던 네가~' 하며 대견할 때마다 해주셨던 부모님의 신기한 옛이야기의 하나로 치부되어 왔었다. 그러나, 나의 개인 분석의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질수록, 내 많은 문제의 핵심은 이 초기경험과 깊이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하나둘씩 통찰되고 경험되어 왔다. 어떻게 깊이 관련이 있다는 말일까?

 

이곳에 밝히기 부끄러운 일들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나는 종종 해야 될 일임에도 단지 너무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닥쳐서야 겨우 해결하기도 한다. 또 심지어 가끔은 모임에서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이 나만 봐주고 나만 환영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모두는 어른스럽지 못한 마음들이다. 이는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의 그 '윗목에 방치되었던 아기'를 친밀한 마음으로 돌봐주지 않았기에 이렇게 그 아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마음과 잘 대화하고, 안되면 어르고 달래면서 관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다는 게 스스로 안타까울 뿐이다.

 

심심엔_마음챙김d.jpg

 

한참 서구에서는 [마음챙김 명상법]이 유행이었던가 보다. [마음챙김 명상]이란 불교적 전통적 수행방법을 현대 심리학(정신의학)에 적용한 방법인 듯하다. '지금 여기에서 깨어' 지금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훈련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음챙김]은 불교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전통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초기 전통 안에는 호흡과 명상과 기도와 묵상의 형태로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 있었다. 사막 교부(교무)들이 수행하였던 곳인 '사막(광야)'은 바로 방치되고 메마르고 생명을 잃은 곳을 의미한다.

 

나에게 그 광야는 나의 '윗목아기와 잠시 머물렀던 윗목'이 광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곳은 너무 공포스럽다. 그곳은 생소하다. 그곳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 이런 이유로 자꾸만 뒤로 밀어놓았던 그곳. 그런데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난다니.

 

융 또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신이 자신을 우리에게 나타내기로 선택한 곳은 바로 우리가 가장 피하려 하는 불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구하려는 생수를 발견할 곳은 여기다. 숲, 도시, 초목으로 뒤덮인 곳이 아니라 땅 위에서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서 방치되고 메마르고 생명을 잃은 곳이다".

(그리스도교 마음챙김. 인용)

 

융은, '신이 자신을 우리에게 나타내기로 선택한 곳은 바로 우리가 가장 피하려 하는 불편한 곳'이라고 하였다. 비록 우리의 삶이 녹록지 않고 힘겹더라도,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만의 광야로 들어가기를 겁내지 않기를 바란다. 그곳은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는 장소이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우리 개개인의 감추어진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김지원_프로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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