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산과 들은 싱싱하다. 아름답다.
내가 살고 있는 DMZ평화생명동산(평생동산) 서화재 주변에 15년 전에 심은 느릅나무, 산사나무, 뽕나무, 엄나무, 사과나무는 큰 형제가 15m 이상, 작은 자매도 4m 이상이다.
평생동산은 18년째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으니, 온갖 벌레, 뱀, 개구리, 풀과 나무가 풍성하다.
특히 8월 밤 반딧불이는 많은 어린이들을 밤늦게까지 뛰놀게 한다.
금강산 쪽 무산에서 발원하는 인북천은 차고 깨끗하다.
우리들이 마시고 12사단 용사들도 마시고, 인민군도 마시고, 산양, 멧돼지, 노루, 토끼들의 생활용수이다.
인북천 건너 앞산에는 5월 초부터 뻐꾸기 소리가 청아하고 절실하다.
5월 1일 아침에 옥수수 모종 두 판을 심고, 마당 수돗가에 한 키 이상 자라난 찔레 덤불 속에서 찔레순을 3개 꺾어 먹었다.
심심하면서 슴슴하다.
노자 도덕경의 표현을 빌리면 '맛없음의 맛'이다.
이삼십 년 전만 해도 5월 중 하순에 꺾어 먹던 찔레순이 어느 결에 초순으로 앞당겨졌다.
어림짐작으로 모든 게 보름 이상 빨라진 것 같다.
옥수수, 토마토, 고추, 오이, 수박, 참외, 가지.... 모종은 5월 중순에 심었는데 이제는 초순이다.
어떤 농민들은 아예 4월 중순에 일찌감치 모종 옮겨심기를 마치는 이들도 있다.
모내기는 6월 중하순에 마치고 바로 보리와 밀은 수확했는데, 중북부 지방 모내기는 5월 안에 다 마친다.
모든 것이 빨라졌고 앞당겨졌다.
빨라졌다는 것은 뜨거워졌다는 것이고, 뜨거워졌다는 것은 불(에너지)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는 얘기다.
에너지 위기란 결국 사회과열과 지구고열의 복합위기란 뜻이다.
에너지 위기뿐이랴?
먹거리 위기, 인간성의 위기, 정치의 위기,,, 기후위기, 생명의 위기이다.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위기이다.
봄철에 꽃피는 순서를 멋있게 표현하여 춘서(春序)라 하는데, 대략 산수유, 매화,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 철쭉 순서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얘기로는 지난 50년 사이에 꽃의 90% 이상이 평균 8일, 최대 16일 빨리 개화한다고 한다.
조기개화, 불시개화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보통 불길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정해진 때가 있는 것인데 '때가 아닌 때'에 꽃이 핀다는 불시개화는 변고 중의 변고다.
꽃이 한꺼번에 일찍 피고 늦가을에도 또 피니, 꿀벌의 삶이 고달프다.
꿀벌의 삶이 고단하니, 온갖 농작물도 들쭉날쭉 풍흉을 점치기 어렵다.
아니 흉작의 연속이니 식량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채소, 과일 농사가 어려워지니 밥상 물가가 다락같이 오른다.
가난한 월급쟁이, 영세 식당 주인들의 삶 또한 어려워진다.
꿀벌의 삶은 이제 고난을 넘어 절멸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2021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2년 독일 DW국제방송)
2010년, 우리나라 토종벌 97%가 죽었다.(정부 통계는 76%)
그나마 꿀벌들이 운반해다 놓은 꿀을 사람들이 사정없이 가로채고 대신 설탕 먹이를 주니, 우리는 사실 '설탕꿀'을 먹는 셈이고, 꿀벌의 건강은 면역력 저하로 엉망이 된다.
원천적으로 농약 살충제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운데, 휴대전화 전자파가 꿀벌 멸종에 가세한다.(2006~7년 미국 꿀벌멸종 원인조사)
올해 우리나라 꿀벌은 300억 마리 이상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50% 이상)
꿀벌이 멸종하면 어떻게 되나?
인류도 5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는 게 통설이다.
그저께(5월 19일) '지구촌나눔운동'이 조직한 전국대학생 연수 모임이 우리 동산에서 있었다.
그 자리에서 OO대학교 학생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총장 신부님께서 나무를 워낙 좋아하여 학교 빈터에 많은 나무를 심었다. 일부 학생들이 나무를 심지 말고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건의..."
지구촌나눔운동 일꾼들과 대학생들은 평생동산 밥을 행복한 밥상이라고 하며 모두 맛있게 먹었다.
별게 아니다, 잡곡밥에 5월 산나물, 우리콩두부가 중심이고 육고기는 없다.
우리 평생동산에는 1년에 대략 5,500~6,000명이 교육 목적으로 방문하는데,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거의 오지 않는다.
대학생은 취업준비, 고등학생은 입시준비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외국 학생들은 자주 온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중학생 방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 아이들은 덩치는 커졌는데 몸은 약하다.
안경 쓴 아이들이 많다. 짜증을 많이 내고 듣기 거북한 욕설이 많다.
우울하고 공격적이다.
생태적 삶은 어떤 것일까?
'함께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때와 곳에 적응해 사는 삶' 또한 생태적 삶일 것이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하늘 땅 어머니 아버지가 있으니 내가 있는 것이다(천지부모 天地父母)
가난한 소비 대중이 있기에 재벌이 존립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있고서야 네가 있다'는 태도는 불화(不和)의 삶이다. 당연히 오래 못 간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자세는 평화(平和)의 삶이다.
나를 알고 너를 아니 그런 삶은 온전하고 당연히 오래간다.
겨울에는 좀 춥게, 여름에는 조금 덥게 때에 맞추어 사는 것 또한 생태적 삶이고, 그런 것이 사람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의 모습이다.
산촌(山村)에서는 잡곡과 산나물을 많이 먹고, 어촌에서는 해조류와 어물을 상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생태적 삶은 곧 공존과 적정의 삶이다. 그것이 평화의 기초이다.
기후변화→기후위기→기후이탈로 치닫고 있는 인류의 오늘과 내일!
압축성장, 무한경쟁으로 세계 10위 권을 성취한 우리는 이제 코리아 피크니 지방 소멸같은 압축쇠퇴를 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다중복합위기, 기후위기, 생명의 위기!
대전환이 유일한 길이다.
생각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문명을 바꿔야 한다.
모든 생명은 연결돼 있다는 생각 – 생명의 세계관
단순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생활 – 행복의 생활관
독점과 차단에서 공존과 순환으로 – 사회구조의 전환
거대 광물 중심에서 적정 생물 중심으로 – 문명의 전환
반(反) 생태, 반(反) 생명과는 제대로 대결하고 친(親) 생태, 생명의 대안을 건설하고, 일상생활에서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실천한다.
밥, 물, 불(에너지)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끼고 나누는 길이 생태적 삶과 평화의 일상적 토대가 되고 동력이 될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갖는 만큼 아끼게 되고,
아끼는 만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만큼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