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처음으로 한 영화의 1, 2편을 모두 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애니메이션 영화를요. 주말에 일을 좀 해치워야 평일에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둘째가 영화표를 싸게 살 수 있다면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더군요. 이젠 '아이들'이 아빠와 '놀아주는' 처지여서 당연히 가겠다고 했지요. '인사이드 아웃2'였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예전에 봤던 느낌(적 느낌)이 어느새 되살아나더군요. 생각해 보니, '인사이드 아웃1'도 우리 집의 '자유로운 영혼' 중 한 명이 보자고 해서 가족이 함께 봤었네요. 2015년에 상영한 1편의 스토리나 장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애니메이션 영화가 어린이용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2편 역시 '기쁨', '불안' 등 13살 청소년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심리)을 잘 묘사하면서도 어떤 행동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객관적·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서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청소년의 마음이나 그보다 몇 배 더 인생을 산 사람의 마음이 별 차이가 없어서 관람자가 자신의 마음을 대입할 수 있는 기회도 됩니다.)
필요 없거나 안 좋게 보여서 억눌러 '잠재의식'으로 들어간 감정 역시 사라지지 않는 자신의 일부라는 점도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당황', '따분'과 같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감정도 각각의 몫이 있고, 모두 모여 자신을 형성한다는 결론을 애니메이션 영화의 재미에 잘 담은 것 같습니다.
우리 집 20대들의 청소년기 10년 정도를 같이 지내면서, '애착'부터 청소년기 신체 발달, 심리, 상담 등 온갖 책들을 섭렵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청소년 심리나 성인의 심리가 별로 다르지 않아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때 공부하고 고민하고 경험했던 것이 지금 학교에서 20대들을 대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집에 있는 20대가 저를 많이 '코치'해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2030들이 '꼰대'로 느낀다면서요.
가끔 직장이나 교회 등 여러 곳에서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더 자주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마음(또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관리하는 일을 가장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치원부터 대학 입학까지, 심지어 비싼 학비를 낸 대학에서 전공과목 수강을 위해서도 '클릭' 경쟁을 해오며 살아온 '경쟁 내재화' 2030세대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몸의 현실에 마음이 적응해야 하는 60대 이상에게도 자신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관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녀와 부모 사이에 끼여 누군가를 부양해야 하는 4050세대도 마찬가지겠고요.
매일 아침·저녁, 깜박한다면, 매주 주말이나 주초에라도 평생 동반자인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면 어떨까요? 벌써 2024년 한 해의 반이 지났네요. 뭔가 하지 못한 것 같아 쫓기고, 이미 성취한 것 같은 이들을 보며 불안해하는 내 마음을 다독이며 하반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