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무척 길게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조합원 여러분 모두, 마음과 몸에 건강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그간 제 이름으로 맥주 인문학 칼럼과 책 소개 글 같은 게 있었는데요, 길목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에 대한 인사를 드리게 된 점,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다른 일정이 없다면 향린교회 4층 선교나눔공간 내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사무공간에 있으려 합니다. 그 외 시간에는 남다른성교육연구소라는 남성 청소년 성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에서 소장직과 관련 강사로 일하고 있고요, 주말에는 벗들과 함께 모이고 있는 모두의교회 P.U.B.에서 예배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알고 계시듯 길목은 향린교회 창립60주년에 기해 출사표를 던진 사회선교센터의 구체적 모습입니다. 그때 저는 향린교회 청소년담당 교역자였는데요, 사회선교센터 준비위원장이셨던 홍영진 전 이사장님께서 어느 날, 청소년부로 찾아오시더니, 특유의 조금 느리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위원회 참여 좀 하셔야겠는데요?
사실, 그때는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누가 참여하는지도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그러겠다고 대답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홍 전 이사장님에 대한 신뢰가 있기도 했고, 생전 사회선교센터를 꿈꾸셨던 안병무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구성된 위원회에서 모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협동조합 형태를 결정했고, 사회적 상담 심심과 같은 구체적인 사업을 결정하기도 했었지요. 그렇게 시작한 조직이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을 넘는 동안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심심, 청년, 기행, 강좌, 음악회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담당하신 분들을 포함해 조합원 여러분 전체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가능했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창립 초기가 지나고 향린교회 부목사 직을 사임한 후,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학위 논문을 끄적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무척 속상한 마음에 한동안 잠겨있기도 했습니다. 생계를 위한 알바와 책을 내거나 맥주 인문학 유튜브를 진행하기도 했었네요. 뭐 하나 전문적이지도 못했으면서 기웃거린 것만 많은 것 같아 역시 부끄러운 마음이 살짝 듭니다.
그러는 도중, 총회 참석 이상의 활동을 하지 못했던 길목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많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을 준비하고 시작했던 조직에 대한 애정도 많이 있었고요. 여전히 저는 뭘 할 줄 아는게 별로 없는 자이긴 하나, 그래도 조합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길목은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일종의 휴지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반기 사업에 대한 평가와 후반기 활동 구상 등을 다듬고 있지요. 올 전반기에는 국내외 기행, 정오 음악회, 맥주 인문학 강좌 등 지난해에 비해 무척 다양한 사업들이 함께 전개된 시간이었습니다. 즐거움, 보람과 함께 조합의 역량에 있어 조금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후반기에는 사회적 상담 ‘심심’의 10주년 기념행사가 9월에 있을 예정입니다. 전반기 두 번 진행된 정오음악회도 가을의 정취 속에서 개최될 예정이고요, 이와 함께 천천히 2025년 계획도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꾸준하게 진행하겠습니다. 모쪼록 여러분 모두의 응원과 참여를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