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골목길에 앉아 사람 표정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어도 말하지 못하던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궁금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굳은 얼굴만 보였다. 이상하게도 사람들 표정에서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왜 사람들 얼굴이 다 굳어있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호기심만 커졌다. 좋은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화나는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얼굴. 굳은 얼굴에 가려진 마음을 읽어내려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살다 보니, 하늘이 마음을 닮은 것 같았다. 그 뒤로는 하늘을 자주 보게 되었다. '하늘'이 별칭이던 시기다. 하늘에서 맑은 하늘이나 따뜻한 햇빛만 만나는 건 아니었다. 폭풍우 치는 하늘도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도 만났다. 하늘은 날씨 흐름을 따라 변했다. 마음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텐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늘은 날씨를 통제할 수 없다. 흘러가는 대로 구름이 끼기도 하고, 폭풍이 몰아치기도 하며, 맑은 하늘에 벼락이 치기도 한다. 하늘처럼 마음도 흘러간다. 혼란의 안개가 끼기도 하고, 절망의 홍수가 닥치기도 하며, 순수한 맑은 하늘이 되기도 한다. 하늘의 날씨는 통제할 수 없으나 마음의 날씨는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날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을 텐데. 생각해 보면 하늘도 날씨를 그냥 흘러가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흐름에 따라 흘러갈 수 있도록 둘 뿐이다. 그 흐름을 예견할 수 있기에 그 변화에 따라 흐름을 막지 않는 것이다. 가끔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 어려움도 생기지만. 찰나의 순간에 바뀌는 흐름에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된다.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잠시 멈추고 관심을 가진다면.
최근 만나는 내담자 중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괜찮다고 하지만 안 괜찮은 그들. 다른 사람은 잘 돌보면서 자신을 돌보지 못하더니 그 고통이 몸으로 오는 경우들이 많다. 병상에 누워서야 자신을 살피게 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무겁다. 때로는 생명의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여전히 죽음 앞으로 자신을 내몰아가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그들의 고통 곁에 함께 할 수 있을까. 잠시 머물러 바라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라디오 1일 DJ를 맡은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스트레스는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지금 감당할 수 없다고 뇌가 보내는 신호라고 했다. 힘들다는 것을 뇌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몸에 변화를 알아차리도록 하는 과정이 스트레스라고. 그래서 스트레스는 푸는 과정이 중요하다. 뇌가 어제와 내일에 집중하는 것을 줄이고 오늘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어쩌면 오늘에 집중하는 연습은 마음 날씨를 읽고, 알아차리는 데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만들고 있는 마음 날씨를 인식하는 순간 그 변화는 일어날 테니까. 마음 날씨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믿어 준다면 가능할 것이다. 마음에 비가 내린다면, 우산을 씌워주고, 햇살이 필요하다면 따뜻한 온기를 줄 수 있도록 오늘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마음 날씨를 인식하면 그에 따른 돌봄을 해줄 수 있다. 마음 날씨가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멈춰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어떤가?
어떤 날씨를 만들고 있는가?
복잡해서 볼 수 없고 마음이 지쳐 있다면 마음 챙김으로 돌봐주면 좋겠다.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그 마음을 자각하고, 친절하게 돌봐줘야 한다. 마음에 비가 내린다면, 타라 브랙이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 지으세요』에서 소개한 RAIN을 순서대로 해보면 도움 된다.
R :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인식하라. (Recognize)
A : 삶을 있는 그대로 허락하라. (Allow)
I : 내면의 경험을 다정하게 조사하라. (Investigate)
N : 비동일시, 타고난 자각 속에 머물러라. (Non-identification)
현재 순간, 자신을 편안하게 하며 멈추는 것이 시작이다. 그때 일어나는 생각, 감정, 신체적 감각을 인식하고, 그 경험이 그대로 일어나게 한다. 마음에서 무엇이 떠오르는지 신체 경험은 어떤지, 취약함은 수용하고, 사랑하고, 연결하는 성찰과 그대로도 괜찮다고 위로하며 차분히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치유를 허락하는 과정. 고통이 되는 마음 날씨를 다정하고 친절하게 안아줄 수 있는 마음 날씨로 조절하는 마음 풍경이면 좋겠다. 마음에 비가 오면, 잠시 멈추고 마음 날씨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