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밥상은 안전하십니까? 오늘 우리가 일용할 양식이 어디서 어떻게 누가 농사짓고 우리 밥상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빵이나 국수를 즐기신다면 원료인 밀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18.5%(2022년 기준)인 나라입니다. 그리고 국민 1인당 36.0㎏을 먹는 '제2주식' 밀의 자급률은 1% 수준입니다. 지난해 수입밀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유는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선박들을 잠재적 군사 표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위협으로 국제 밀 가격이 크게 올랐지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쟁은 당사자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밥상까지 위협하게 됩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산불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을 수출하던 다른 나라에서 수출을 중단하게 된다면 우리의 밥상은 곧바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니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마트에서 사 먹을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은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밥상을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바른 선택 기준과 가치관으로 차릴 수 있으려면 밥상을 둘러싸고 있는 식량과 농업,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고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식물이건 동물이건-은 누군가의 생명이거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유기물이고, 우리는 밥상에서 태양의 에너지가 광합성으로 시작되는 지구의 생태계와 생명사슬의 연결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해 어떤 생명을 드셨나요? 우리는 과연 일용할 양식이 차려진 밥상에서 지구 생태계와 생명체들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지 살피고 있나요? 일용할 양식을 몸에 필요한 영양공급을 위한 끼니로 간편하게 때우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보면 좋겠습니다.
성경의 '일용할 양식(Daily Bread)'이란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말 개역 성경에 '일용할'이란 말을 헬라어 성경에서는 '에피우시스'(επιούσιος)라 기록한다. 이것은 주기도문에만 나타나고 신약 다른 곳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낱말이라고 합니다. '에피우시우스'(επιούσιος)는 전치사 에피(επι:위)와 우시아(ούσια: 존재 또는 본질)의 합성어로서 '존재의 필수적인 것'(necessary for existence)이란 뜻입니다. 또한 에피(επι)와 우산(ουσαν = ημεραν : 날)의 합성어로서 '오늘을 위한'(for the current day, today)의 뜻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즉 '일용할 양식'이란 '오늘을 위한 양식'과 존재, 즉 '생존에 필요한 양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기도해야 할까요? 태풍이 지나간 가을 들판에는 망연자실한 농부들의 깊은 한숨이 드리웁니다. 수확을 앞두고 고개를 떨군 곡물들이 스러지고 빗물에 잠겨 병충해가 창궐하니 수확할 기력을 앗아갑니다. 우리는 과연 농부들의 깊은 시름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나요? 밥상에 차려진 한 그릇의 밥에는 영양소는 물론 자연과 농부가 한 해 동안 함께 보살펴온 생명의 결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밥상에 말을 걸어 올 한 해 얼마나 많은 햇볕과 바람과 땀과 노고가 깃들여 있는지 귀 기울여 할 것입니다. 돈을 주면 언제나 밥상을 차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기후위기 앞에서는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땅과 바다, 공기가 뜨거워지면 오랜 시간 적응해 온 동식물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단순한 소비행위가 아닙니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 섭취를 위한 필수 행위이고, 개인의 기호를 나타내고, 먹으면서 사람들은 교류합니다. 개인이 속한 문화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먹거리 종류가 달라지며, 동시에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바뀝니다. 그리하여 무엇을 먹느냐, 먹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 위에 오르는지에 대한 관심은 결국 어떤 환경을 만드느냐와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많은 농작물이 폭우, 폭염, 혹한, 가뭄을 피해 하우스로 들어가고, 양식장에 사는 물고기와 어패류도 늘었습니다. 농어민에게는 생산량이 곧 생계이므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론 또다시 기후에 부담을 주는 셈이 되었고, 하늘은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되갚게 됩니다. 식량 시스템과 기후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상입니다. 결국 인류를 지탱하기 위한 식량 시스템은 기후변화의 가해자인 동시에 최대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모두 고기를 끊자'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나침'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소와 닭, 돼지가 소불고기, 치킨, 삼겹살의 모습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때까지 인간을 제외한 모두, 그러니까 지구와 동물에 얼마나 부담을 안겼는지 말이지요. 지구를 위해 모두가 비건이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보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식생활을 아무 생각 없이 이어가도 괜찮은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전의 그 어떤 세대보다 풍요롭게 먹는 세대입니다.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보여주는 '먹방'이 유행하고 음식이 모자란 이들보다 남기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상기후가 우리 식탁에서 시작되었고, 우리의 식탁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원인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밥상의 주권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과연 '오늘 일용할 양식'은 내일도 지속가능한가라구요. 먹거리가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밥상주권 생각해 보기]
1. 오늘 일용할 양식을 생산한 분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농장이나 어장의 상황과 어려움을 알 수 있나요?
2. 우리 밥상에는 유난히 수입된 식재료들이 많습니다. 우리 밥상의 탄소발자국을 생각해 볼까요? (원산지 라벨 확인해 보기)
● 추천도서
1. 희망의 밥상(제인구달 지음, 사이언스북스, 2006)
2. 탄소로운 식탁(윤지로 지음, 세종서적, 2022)
3. 생태미식학교(김현숙 지음, 기역출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