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의 탐색과 연구에 매진하는
김기수 조합원
교육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교육의 철학 역시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 영역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 왔다. 인공지능이 급속하게 교육에까지 실용되어 가는 가운데 교육의 본질을 다시 되짚어 보게 한다. 바람직한 교육의 가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배우고, 그 지역에 기여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일 게다.
김기수 조합원은 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마을이 함께 공유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정책을 세우고, 조언하고, 연구하고 있다.
마침 인터뷰 일정을 잡은 날은 향린교회 장로선출이 있던 날이었고, 김기수 님이 장로로 선출된 후라 소감을 여쭈며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Q : 우선 장로님으로 피택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이제 향린의 일꾼으로 책임이 크겠습니다.
장로로 선택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었습니다. 저는 향린에서 계속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사교성이 아주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근데 교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당한 깊이를 느낍니다. 새로운 발견이죠.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잘 여문 알곡들이라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또 향린이 지금까지 쭉 지향해 오는 평신도 중심이라든가 교회 민주주의를 위해서 애쓰는 거라든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상당히 진보된 모습이고 이어가야 될 유산이라 여겨집니다. 저도 그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고 즐겁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좀 아쉬운 것은 여전히 젊은 세대가 별로 없어서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들이 많이 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제5주 차에 모이자는 '5주YO' 모임에서도 새로운 걸 많이 발견했거든요. 저분이 저런 재주가 있었네, 하는 걸 보게 되고 색다른 재미가 있어서, 이런 것들이 자주 있으면 교회 안에서 서로 가까워지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 교회에서 꾸준히 여러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목회운영위원회 일을 끝내고 쉬다가 올해 청소년부 교사를 신청했습니다. 교회학교에서 일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교회학교에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신청을 했죠. 처음 향린에 왔을 때는 성가대를 했었지요.
향린교회 등록은 2014년도에 했습니다. 그전부터 나오긴 했는데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가 새 교우 교육을 받은 해가 2014년도였습니다. 그때가 갑오년이라고 해서, 같이 등록을 한 동기들이 모임을 가지고 '가보세'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Q : 기독교 신앙은 언제 받아들였나요.
제가 처음 교회에 간 것은 대학 1학년 때예요. 제가 79학번인데요. 그때부터 교회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춘천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때는 계열별로 모집했는데 사범대 문과계열이었고, 거기서 교회에 다니고 있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교회 가자고 해서 갔었는데, 다행스럽게 그때 갔던 교회가 향린과 똑같은 기독교장로회예요. 처음부터 기장교회에서 시작하여 향린에도 금방 익숙해졌나 봅니다.
교회에 출석하고 1년 지나고 나면 세례 받을 자격이 있잖아요. 1980년 부활절 때 세례를 받았고, 교회학교 봉사를 하라고 해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었어요. 그렇게 대학 때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학 2학년 때쯤에 동아리 모임에서 선배들이 시각장애자들이 있는 맹학교에 봉사활동을 같이 가자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학교에 가 보니까 제 고향 사람이 있더라고요. 엄청 반가웠지요. 그래서 저는 그 이후, 봉사라는 생각보다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으로 갔었던 것 같습니다. 맹학교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니까, 대학의 같은 계열에 다니던 제 친구랑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도 있었어요. 대입 예비고사를 마친 후 실명하게 되어 맹학교에 입학한 거지요. 그다음부터는 맹학교에 가는 게 대학 생활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되었습니다.
제가 국립사범대에 다니니까 취직 걱정을 안 했어요. 졸업하면 의무적으로 발령받아서 학교로 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맹학교 친구들의 친분이 맹학교에 저를 붙잡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저를 그쪽으로 끌어들이는 어떤 인력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맹학교를 방문한 동아리가 '실로암'이었는데, 대학연합 동아리로 모여서 성경 공부하고, 장애인 학교를 방문하고 장애인단체를 돕는 활동 같은 걸 같이 했습니다. 맹학교 학생들의 신앙도 매우 좋았습니다.
Q : 맹학교는 일반학교와 교육과정이 어떻게 다른가요.
교육과정은 특수학교나 일반학교나 거의 똑같습니다. 초·중학교까지는 일반학교와 똑같은 과목인데, 거기에 '생활적응'이라는 과목이 추가되어요. 기본적으로 점자를 익혀야 되고, 자기 관리나 보행이나 쇼핑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생활적응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고등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하고 똑같이 직업을 준비하는 전문적 교육을 받습니다.
Q :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
직업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졸업하면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과정에서 훈련을 받습니다. 안마실습을 기본적으로 하고요. 해부학이라든지 인체에 대한 공부, 침술치료 등을 배웁니다. 직업 선택의 폭이 좁은 셈이지요. 졸업자 중에는 드물게 대학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특수교육과에 가서 공부하고 특수교사자격증을 받아서 특수학교 교사가 되기도 합니다.
안마사는 사회에서 널리 수용이 되는 편입니다. 자랄 때는 집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더라도, 졸업하고 난 다음에는 안마사가 돼서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 가족도 부양합니다. 부모님들이 대체로 좀 가난한 편인데,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 일반 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과 같이 학습하는 통합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 있습니까.
학교마다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통합교육의 취지는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고 함께 어울려 살자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특수학교와 같은 곳에서 분리교육을 하면 교과공부나 전공분야에서 잘 배울 수 있지만, 제일 약점이 뭐냐 하면 함께 어울리는 게 어렵다는 겁니다. 분리교육을 받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비장애인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야 되잖아요. 공부하는 내내 장애인들과 같이 어울려서 지내다가, 졸업하고 나면 장애인들보다 일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거잖아요. 일상생활에서는 같이 어울리는 게 서툴어지는 거예요. 상호 어울림이 안 되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차별을 없애고 같이 어울리자는 취지로 통합교육을 하는 거지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어울리는 걸 배우고, 비장애인은 장애인과 어울리면서, 어울림의 폭이 넓어지는 거죠. 자기가 살았던 것과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럴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차별을 안 하게 되죠.
제가 맹학교 처음 갔을 때 거리감을 못 느꼈던 이유는 제 친구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전에는 몰랐지만 만나보니 고향 사람이고 나이도 똑같고 이러니까, 장애 여부를 떠나서 우리는 친구다 해서 어울리게 됐고, 대단히 편안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일찍부터 서로 어울려 사는 걸 배워야 됩니다. 어울리지 않으면 계속 거리를 두게 되고, 거리 두면 이게 자연스럽게 차별이 됩니다. 이 사회가 차별이 좀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통합이 돼야 됩니다. 그걸 학교에 다니는 시절부터 몸에 익히자는 거죠.
Q : 그러다 다시 한번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고요.
맹학교에 있다가 군대에 갔다 오고 복직했습니다. 그동안 대학원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갈 길이 여기가 아닌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교육철학과 교육사를 공부했어요. 맹학교 교사를 하면서 대학 강의도 나가게 되니까 언젠가는 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교육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교직과목을 많이 가르쳤어요. 교사가 되려면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교대와 사대와 교육대학원에 교육학 과목들이 있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도 교직과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 있는 온갖 대학들을 다니면서 교직과정 과목들을 강의하다가 한 대학에 전임교수가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6년 있다가 나와서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교육정책을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대학평가 사업, 교원양성기관평가 사업과 같이 교육부와 함께 하는 사업을 하면서, 교육 연구도 병행했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으로 옮겨서는 경기도교육청과 연결하여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경기도의 교육 현실이 어떤지 조사하고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년이 되었고 재작년 말에 퇴직했지요.
Q : 은퇴를 하였지만 여전히 일로 바쁘신 거 같습니다.
퇴직한 후 첫 해는 잘 놀았습니다. 배낭을 메고 서해안을 몇 달 걷기도 하고요. 올해가 퇴직 2년 차인데, 같이 연구하자는 제안을 몇 개 받아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퇴직을 할 때 쉬고 싶어서 일 안 하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좀 쉬어봤거든요. 재미있었는데 올해는 여기저기서 같이 일 하자고 제안을 받은 게 있어서 다시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서울시교육청, 경남 미래교육원에서 발주한 것을 수주하여 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한국교육개발원이나 경기도교육연구원 같은 곳에서 원고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전공 분야에서 제가 하던 일과 연결된 과제로 회의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Q : 구체적으로 요즘 하는 연구는 어떤 건가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요.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공유학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기공유학교 정책과 경기공유학교 교육을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경기공유학교는 학교 밖에서 하는 공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지역 자원을 이용해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을 가르치는 거예요. 경기도교육감이 경기공유학교를 경기교육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 해요.
또 하나는 파주지역에서 지역특성을 살린 경기공유학교 특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어요. 연구팀을 구성해서 에듀테크와 문화예술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재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특화 모델은 파주뿐만 아니라 성남, 용인 등지에서도 다른 분들이 개발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서 4·16 참사의 교육적 의미를 해석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교육을 모색하자는 연구를 마무리하는 중이고,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더 악화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취지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 학부모와 교사 관계도 가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제가 경기도교육연구원에 있을 때 학부모에 관한 연구를 좀 했었는데, 지금도 그 연장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학생에 관한 연구, 교사에 관한 연구, 국가 교육정책에 관한 연구, 이런 것들은 많이 있는데, 학부모에 대한 연구가 너무 없는 겁니다.
'학부모회'라는 게 모든 학교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안에도 학부모가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그러니까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라든가, 학부모가 교육적으로 학교에 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학부모와 교원의 인식 전환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학부모 교육은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내용을 어떻게 구성해야 되는지, 어떤 단계를 밟아가야 하는지, 이런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 급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 학교 급에 따라서 부모들이 해야 될 역할이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지요. 그런 생애주기별 학부모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연구를 했어요. 학생, 학부모, 교원이 모두 주체가 되어, 학교가 민주적 교육공동체로 운영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건데요. 학부모가 역량을 길러서 학교에 생산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게 중요하지요.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일어나면서 교사와 학부모가 확 갈라졌잖아요. 관계를 다시 회복을 해야 되고, 학부모가 민원인이 아니라 교사의 파트너로 건설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부모들도 실망할 때가 많거든요. 학교에 실망하고, 애한테 실망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하고 … 그런 것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실망하기 전에 미연에 부모 역할을 잘할 수 있게 하자, 이런 취지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 길목에서는 독서 모임도 하고, 책마당 코너에서 책 소개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없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여러 책을 추천하는데, 같이 합의하면 그걸 읽습니다. 제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이 2개인데, 하나는 선교부 독서모임이고요. 길목에도 독서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선교부에서 2주마다 하는 모임은 신학이나 크리스천 생활에 관련된 것도 읽고요. 일반 철학 책도 읽곤 합니다. 전에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이 이쪽으로 넘어온 거기 때문에 철학책, 문학책, 영화 비평 같은 것도 읽고 다양합니다. 길목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데 아주 개성이 있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책을 추천하면 그 책을 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무, 숲, 이런 게 좋아서 나무와 숲에 관련된 것들을 추천하기도 하고, 사회 문제로 이슈가 되는 게 있으면 사회과학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마다 끌리는 것들로 합니다. 자연과학이 좀 아쉽고 예술 쪽도 그렇습니다. 편식이긴 하지만 대체로 문학과 사회과학, 철학 범위 안에서 추천을 하게 되더라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