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cac8d6

짓다. 글, 밥, 집, 옷

posted Nov 05, 2024
Extra Form
발행호수 8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 전 교육감 선거 사전 투표하고 아파트 단지 안을 어슬렁거리다 감이 익어가는 계절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김영국-걸으며1.jpg

 

 

감을 바라보다 문득 감나무 아래 식탁이 떠올랐다. 그해 가을 햇살 아래, 갓 지은 밥상을 받았던.. 운문사 가는 길에 '밥을 짓다'라는 상호를 지닌 이 밥집은 노모가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는 뜸하다.

 

김영국-걸으며2.jpg

 

 

뜨거웠던 지난여름, 중학교 동창들과 계곡이 세 개 겹쳐 삼계리가 된 물 좋은 곳에서 더위를 피하고자 모의하였으나 술잔을 앞에 두고 빙빙 돌기만 하였다. 삼계리 의기투합이 실행되었더라면 갓 지은 밥을 동창 녀석들과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길, 속절없이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말만 뱉고 말았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그러고 보니 글도 짓는구나.

눈물지으며 글을 지은 작가에게 찬사를..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 공감하며 잔치를 거부한 작가..

나는 5.18과 4.3이 자양분이 되어 지어진 글이 상을 받는 세상보다

비극이 없고 그리하여 가슴 아픈 문학이 없는 곳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P.S. 삼계리는 운문사 근처 계곡이다.

김영국.png

 

  1. 짓다. 글, 밥, 집, 옷

    며칠 전 교육감 선거 사전 투표하고 아파트 단지 안을 어슬렁거리다 감이 익어가는 계절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감을 바라보다 문득 감나무 아래 식탁이 떠올랐다. 그해 가을 햇살 아래, 갓 지은 밥상을 받았던.. 운문사 가는 길에 '밥을 짓다'...
    Date2024.11.05 By관리자 Views12
    Read More
  2. 심심 10주년 마음과 기억에 뚜렷이 새기다

    어쩐 일인지 추석 전후하여 월인천강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배운 바와 같이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세종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송하여 지은 노래입니다. 월인이 천강하는 것처럼 부처님의 자비가 달빛처럼 모든 중생에게 비춘다는 해석도 기억 날 것...
    Date2024.10.06 By관리자 Views25
    Read More
  3. 생명의 빵

    지난 6월 말 사회적 협동조합 길목에서 압록강-두만강 북중접경지역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주일을 포함하고 있는 일정이어서 지역에 있는 교회를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기로 계획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탐방단이 자체로 조직하여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
    Date2024.09.10 By관리자 Views30
    Read More
  4. 수미산 유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일행을 기다리느라 수미산 아래 한참을 앉아 있었다. 8세기 석공은 좁아지다 넓어지는 오버행 스타일로 9단을 쌓아 허공에 수미산을 구현하였다. 여름, 소나기 잠깐 사이 푸른 하늘이 언뜻 비치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 허공으로 창조된 수...
    Date2024.08.04 By관리자 Views34
    Read More
  5. 용머리 해변을 지나며

    홍해삼이라고 적힌 문구를 보고 주저함 없이 들어와 앉았다. 5시! 아직 저녁 손님이 오기 전이다. 홍해삼 한 접시 주세요. 내장은 따로 담아서~ 서울 말씨를 쓰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홀 서빙은 눈치가 빠르다. 나무젓가락 드릴까요? 왼팔 오른팔을 도화지 마냥...
    Date2024.06.04 By관리자 Views81
    Read More
  6. 아카시아 향기와 과도한 공공서비스 - 봄비 내린 날 소회

    아카시아 향기와 과도한 공공서비스 봄비 내린 날 소회 제주와 고향을 오가며 과하게 마셨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몸과 맘을 돌보기로 했다. 3년 전 아카시아 꽃향기가 날릴 무렵에 쓴 글을 보니 그땐 심사가 무척 복잡했나 보다. 어린이들 덕분에 생긴 휴일...
    Date2024.05.07 By관리자 Views73
    Read More
  7. RE100, 몰라도 된다고! 정말?

    작년까지 프랑스는 전기차를 운행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여 전기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여 환경 점수를 매기고 이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
    Date2024.04.07 By관리자 Views81
    Read More
  8. 詩, 그리고 황금빛 키스

    서류의 빈칸을 채워나가다가 변호사는 그 남자의 직업란에 이르러 무직이라고 썼다. 그 여자는 항의하였다. 그는 무직이 아니라고, 시인이 며 꽤 유명한 민주 운동 단체의 의장이었다고, 얼굴이 대리석 계단처럼 번들번들하던 변호사는 짐짓 웃었다. '법...
    Date2024.03.12 By관리자 Views91
    Read More
  9. DMZ 평화지대 조성을 통한 한반도의 도약

    DMZ 평화지대 조성을 통한 한반도의 새로운 도약 1. 왜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하나?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DMZ는 병력과 중화기가 고도로 밀집 배치된 곳이다. 이곳은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DMZ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적...
    Date2024.02.06 By관리자 Views77
    Read More
  10.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양날의 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달성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폐해를 수반할 수 있다. 자본주...
    Date2024.01.07 By관리자 Views6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