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상시 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 기원 미사에 7월 22일 1차와 29일 2차 후 탈핵 순례 사진전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10주년 기념행사 이후 9월 말이 되어서야 다시 미사에 참석했다. 그래서 제10차부터 마지막 제18차까지 기록한다.
[10차] 2024년 9월 30일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매향비 아래 해창갯벌로 내려갔다.
열세 분의 신부님 중 나운동 성당 신부님이 강론하셨다. 신부님은 고열로 시달리고 있는 지구. 그 폭염의 원인을 방대한 조사 자료를 통해 알려주셨다.
8월 28일 중앙안전대책본부 보도에 의하면 동식물이 폐사한 27,655,000마리, 이 중 양식장 어류 18,456,000마리……. 평균 3년을 기준으로 배추 한 포기에 1,000~1,500원이 10여 일 전 14,000원, 엊그제 19,000원. 무 하나에 1,500원이 6,000원. 시금치 5,000원이 11,000원…….
이러한 이상기온 현상과 새만금과의 관계를 상세하게 분석해 주셨다. 다음과 같다.
새만금은 애초 평야를 넓히겠다는 꿈이 공장과 산업, 관광, 항만, 스마트 수변 도시 등으로 그 취지가 바뀌어 왔는데, 그 개발은 모두 온실가스를 유발한다. 새만금 갯벌의 생물들은 몸의 신장 같은 정화작용을 해 주는 자연의 정화조 역할을 한다. 3cm 바지락 한 마리가 한 시간에 1리터 폐수를 여과하고, 500마리 갯지렁이 하루 한 사람 배설 분량인 2kg을 정화하니 갯벌에 살아 숨 쉬는 미생물 포함 생물들은 살아있는 청진기. 국내 갯벌 탄소 흡수 기능이 연간 승용차 11만 대 분출량을 흡수시켜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갯벌은 10조 원의 가치를 지녀 농경지의 백 배, 숲의 열 배라고 한다. 전 세계적, 전국적으로 역 간척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이때 새만금에 간척 개발을 더 하는 건 종말로 가는 길.
"21년 전 2003년 바로 이곳에서 광화문까지 65일 동안 삼보일배로 지렁이처럼 기어가면서 인간의 탐욕에 대한 성찰과 참회를 호소했던 문규현 바오로 신부님, 수경 스님, 이희훈 목사님, 김경일 교무님의 교훈을 다시 새겨, 하느님의 협력자이자 조력자로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무한한 생태자원의 보고인 새만금 복원과 해수유통을 요청합니다."
이날 축하 공연자로 수세미로 고래를 만들어 머리에 달고 소매에는 과일 포장재를 두른 이가 나왔다. 이름하여 에코싱어 지지(지구 지킴이)가 깜찍한 용모와 목소리로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의 폐해를 그린 <고래가 아파요>와 <흥청망청>에 이어 앵콜송을 부르기 전에 다 함께 외쳤다. "지구야 사랑해."
에코 싱어 지지
[11차] 10월 7일
이날은 벌써 가을이 온 듯 햇빛이 강하지 않아 천막을 치지 않았다. 천막이 쳐있음은 누군가의 수고가 이미 있었음을 말해준다. 선선한 가을은 지난 여름 매주 천막을 치던 더덕과 현철에게 조금 덜한 노동을 허락해 주었다.
소양 성당 이가진 신부님 강론에 의하면, 교회는 2015년부터 해마다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다섯 주간을 창조 시기로 정하고 기도하고 실천하는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신부님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로부터 비롯되는 무관심과 냉소주의는 평화를 깨트리므로 절제된 덕이 요청된다고 하셨다. 사람 역시 피조물이다. 연대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인디언 수니
이날은 인디언 수니가 노래했다. <시베리아> 등 두 곡을 부른 인디언 수니는 모인 사람들을 보고 생각났다고 한 곡 더 불렀다. <등대지기>였다. 해창갯벌에 모인 모두가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대신 갯벌을 지키는 등대지기임을 인디언 수니가 알려주었다. 2003년 이곳에서부터 서울까지 삼보일배로 온몸 바쳐 갯벌을 지키려 하셨던 문규현 신부님이 그 첫 등대지기셨다.
문규현 신부님
이날 나는 완두(오두둑의 군산 이름)의 인도로 남북로 위에서 수라갯벌 전경을 보았다. 푸른 풀과 붉은 염생식물이 조화롭게 피어오른 갯벌에 철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었다. 그곳은 새만금 신공항이라는 이름의 미군 제2 활주로 군사공항 예정지였다. 서편 바다 쪽도 계속 매립 공사 중이었다. 30년 지나도 끝나지 않는 공사. 새만금의 현재였다.
수라갯벌
[12차] 10월 14일
비가 꽤 내렸다. 14시 전에 새만금 33센터 앞으로 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만금 33센터 방문에 맞춰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촉구 피케팅이 있었다.
새만금 신공항 반대
시간이 되자 시민대표단에 끼어 2층 대회의실로 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을 중심으로 우측 김형동, 김소희, 김위상, 우재중, 임이자, 조지연, 정혜경 / 좌측 김주영, 강득구, 김태선, 박정, 박해철, 박홍배, 이용우, 이학영 환노위 소속위원 16인과 환경부, 전북지방환경청, 새만금개발청, 전북특별자치도,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군산시·부안군 어촌계장협의회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4:20 농어촌공사에서 가력배수갑문과 신시배수갑문 시설규모와 운영 개요를 브리핑했다.
방수제·내부개발 및 수질 관리를 위한 해수 유통을 실시해, 2020년 12월부터 일 1회에서 2회로 배수갑문 개방주기를 확대 운영 중이라고 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도로, 항만, 공항, 철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동서도로가 2020년 11월에 남북도로가 2022년 12월에 1단계와 2023년 7월에 2단계가 개통되었고, 새만금청에선 지역 간 연결도로를, 국토부에서는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를 계획 건설 중이었다.
해수부에서는 새만금 신항만 공사를 2022년에 착공했고, 국토부는 새만금 신공항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2019년 11월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하고, 2022년 6월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2023년 6월 설계 적격자를 선정한 상태로 2029년 개항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국토부는 새만금항 인입철도 공사도 2031년 완공을 계획하고 있다.
14:30 오동필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장이 '새만금 성층으로 인한 수질 복원 계획의 공학적 한계와 허구적 생태용지 지정, 준설로 인한 수질 문제'를 설명했다.
이어 어민 대표로 군산에서 60년 사신 심영수 어촌계장이 두 가지를 요청했다.
(바다와 새만금호) 관리 수위 1.5 미터를 없애고 상시 해수유통 가능.
한국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 환경부 측에 이어 국회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생태가 중요하다고 했고,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화호 방조제처럼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고, 자연 생태계가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고 했다.
이후 새만금청장이 회의실에도 들어오지 않고 7층 전망대에서 준비한 설명을 들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흘러온 강은 만나지 못한 채 인간이 만든 감옥에 갇혀있었다. 그 감옥 속에서도 4년째 하루 두 번 해수유통으로 가까스로 살아나고 있는 갯벌이 있다. 그곳을 보고 갔으면 좋으련만 국회의원들은 서울에서 새만금까지 와서 수라갯벌이나 해창갯벌에 가보지 않은 채 다시 상경하는 버스에 올랐다.
시간이 훌쩍 흘러 해창갯벌 12차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만금33센터 방문, 오동필 단장 발표
[13차] 10월 21일
여덟 분의 신부님과 백여 명이 모였다.
장계에 사시는 송년홍 신부님은 새만금 생명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형제자매라고 하셨다. 30년 전 노태우 정부 때 농지를 늘이겠다고 만든 새만금에 23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음에도 사업계획이 정해지지 않고, 이제 신공항, 신항만이 생기려고 한다고.
지금 공항은 미군 공항이라 쓸 때마다 미군에게 돈을 내는데 더 큰 공항을 만든다니, 새만금사업은 그냥 살아있는 모든 것을 다 죽이는 사업, 결국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하셨다.
전쟁기지 반대
"저출생으로 인구소멸을 가장 먼저 맞닥뜨릴 전라북도가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제일 먼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늦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 새만금의 생명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희망과 기대가 있습니다. 그것은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입니다. 상시 해수유통을 통해서 막혔던 바닷물이 들어오고 막혀있던 강물이 바다로 나가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강에 합류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경구를 들려주시면서 강론은 끝났다.
"희망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분노와 용기'입니다. 분노는 현실에 대한 분노이고, 용기는 현실을 그대로 두지 않으려는 용기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을 위한 우리의 행동이 결국 결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그때까지 인내하면서 꾸준히 함께 행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미사가 끝나고 천막을 철거하는데 '평화가 무엇이냐' 노래가 나왔다. 흥에 겨워 천막을 철거하고 이날 다시 수라갯벌에 가보았다. 부리가 넓적한 게 저어새라면 내가 본 새가 멸종 위기 보호종 저어새였을 것이다. 수라갯벌은 살아있다. 바다를 메워도 하루 두 번 해수유통만으로 기어이 살아남은 갯벌을 메워 공항을 짓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군산으로 올라가는 길 매립지에 태양광 패널이 가득 보였다. 갯벌을 메워 태양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다니 무엇이 더 중요한가.
수라갯벌
[14차] 10월 28일
열네 분의 신부님과 남원, 장수, 전주지구 재속 프란치스코와 2박 3일 살살페스티발의 연장으로 서울 성미산학교, 금산 간디학교 학생 등 200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젊은 활기가 미래지속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어양동 본당 황규진 신부님의 강론은 사회적 시스템과 법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공감'이 지구환경위기를 이겨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내용이었다.
미사 중 더덕이 귀띔해 준 옆 펜스 너머로 가보았다. 정말 솟대들이 하늘에 날 듯 서 있었다.
날아라 철새야, 날아라 갇힌 생명아
학생들의 축하 노래 후 송년홍 신부님 축일 기념 찐 고구마가 나누어졌다.
[15차] 11월 4일
한 시 반쯤 해창갯벌에 도착했다. 새만금 방조제 시작점을 돌아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 가보았으나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미사 드리는 장소 옆 물길에는 가마우지가 햇볕을 쪼이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미사 장소까지는 연초록 소먹이 풀이 가득했다. 백합이 가득했던 바다를 메워 이따위 소먹이 풀씨를 뿌리다니. 새만금사업은 갯벌 생명도 경제도 다 죽인 개발이었다. 겨우 남은 습지 너머 미사 장소가 보인다. 아주 작게.
세 시가 가까워지자 정성 들인 꽃꽂이가 되고 원로 신부님들과 열다섯 분의 신부님들과 80여 명이 모였다. 송년홍 신부님이 강론에 앞서 새만금에 살고 있고 공동의 집인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에게 인사를 하자고 했다. 에큐메니컬 기도 자료에 있는 인사라고 한다.
"우리 마음을 서쪽(북쪽, 동쪽, 남쪽)으로 향합니다. 인사합니다. 우리 마음을 하늘로 향합니다. 우리 마음을 땅으로 향합니다."
모두 일어서서 동서남북 만물에게 허리를 구십도 숙여 정성껏 인사를 했다.
강론은 '새만금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로 시작했다. 1991년에 시작해서 205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새만금. 2050년이면 전 세계에서 탄소 중립을 하기로 한 해. 그런데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없애주는 갯벌을 없애고 중금속을 배출하는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한다고.
문정현 신부님
송년홍 신부님
"새만금은 아예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간척사업이었습니다.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표를 얻기 위해서 공약으로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34년 동안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새만금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국책사업이 되었습니다. 전라북도는 더 기가 찹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기대했던 경제 발전은 오지 않고 갯벌은 사라지고 철새는 멸종 위기로 죽어갔습니다. 백합도 자취를 감추고 어획량도 대폭 줄었습니다. 새만금을 찾아오는 멸종 위기의 철새들은 이곳 새만금에서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있다가 떠납니다. 철새들이 사라질 위험에 있습니다. 새만금사업이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 중립을 향해서 가는 이 시대에 맞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새만금 방조제로 막혀있는 바다를 이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시 해수유통만이 새만금사업을 다시 활기차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방조제로 인해서 바다는 갈라졌습니다. 바깥 바다와 안쪽 호수로. … 바깥쪽 바다와 안쪽 호수 높이가 1.5미터 차이가 납니다. 바깥쪽이 더 높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하루 두 번 배수 갑문을 열어서 해수유통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은 당연히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이동합니다. 바깥이 높은데 안의 것이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요? 만조가 생기면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럼 안쪽 바다는 계속 고여있습니다. 썩기 시작합니다. 썩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해수유통이 필요합니다. 지금 하는 하루 두 번으로는 절대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동진강과 만경강 물이 내려가지 않으니까 거기 살고 있던 생물들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고기도 사라지고 어획량이 줍니다.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시 해수유통을 해야 합니다. (중략) 우리가 정의와 평화의 강에 합류할 때 즉 희망이 생깁니다. 우리가 함께 일어나서 거대한 급류가 되면 새만금과 기대어 살게 될 미래 세대에 새 생명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정의와 평화의 거대한 강을 만들고 불의의 산을 옮길 수 있는 거대한 강이 될 수 있습니다.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 정의와 평화의 강이 흐르도록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친교를 나누며 새만금에 살고 있는 생명들과 함께 상시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길에 함께 나서면 고맙겠습니다."
영성체
[16차] 11월 11일
광주 장덕동과 운남동과 군산 나운동 성당 외 전주교구에서 단체 버스가 오자 주보 100부가 금세 동이 났다. 열네 분의 신부님과 김교동 신부님은 먼저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신 후 강론하셨다.
"이곳 새만금은 1840년대 김대건 신부님 집안사람들이 박해를 피해 신앙 공동체를 이루었던 곳이고, 최양업 신부님이 신시도에 표류하셨을 때 만났던 대공소 신자들도 부안군 진소면에 살던 사람들이었고, 신부님은 불모동에서 1857년 두 편의 편지를 작성하셨습니다.
그리고 해창에도 공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선교사들의 기록이 시작된 1882년부터 공소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땅은 오랜 신앙을 지켜왔던 사람들이 박해 당시 신앙을 지키며 살아왔던 터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기도하고 의지처가 되었던 이 땅이 개발의 논리에 욕망의 땅이 되었고 이제는 흐르는 물을 막아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땅을 고귀한 선물과 유산으로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을 사적인 소유물로 여깁니다. 자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결과로 날로 자연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은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가고 있습니다. 새만금이 시작된 30년 동안 평생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우리 농민들과 어민들이 쫓겨나고 자연의 보고인 갯벌이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렇게 모여서 이 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라고 이 땅을 터전 삼아 살아가던 이들에게 또 이 땅의 생명들에게 그 땅을 돌려주라고, 우리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을 염원하며 우리 이렇게 기도하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략)"
김제 요촌성당에서 가래떡을 뽑아 오셨다. 김제평야 쌀로 만든 쑥과 쌀 가래떡은 따끈하고 쫀득했다. 김제평야가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만경강과 동진강이 위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 강을 막은 게 새만금 방조제다. 강은 흘러야 한다. 가래떡을 먹으며 생각했다.
[17차] 11월 18일
이날은 점심때 대전에서 신간 북토크가 있었다. 이후 부안으로 내처 달렸다. 비정규직 미디어 전문직 종사자 촬영을 위한 두 명과 함께였다. 현재 새만금 생태계 복원 미사와 수라갯벌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날 미사에는 춘천 교구장 김주영 주교님과 수원 교구 신부님 등이 함께하셨다.
미사 후 가력갑문으로 갔다. 뿌연 덩어리가 둥둥 날아서 새인 줄 알았는데 막힌 바다에서 올라온 더러운 불순물이었다. 딸기가 설명을 해주었다. 바다를 억지로 막은 새만금호 저 멀리 만경대교와 동진대교가 보였다. 새만금 갯벌에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자 바닷물은 썩기 시작했고 악취 때문에 일시적 해수유통으로 그간 4조 원의 세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수질 개선은커녕 새만금호 내의 심층은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빈 산소상태이고, 녹조와 수온 증가 등으로 인해 해파리 유생 급증 등 그 피해는 온전히 지역 어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썩어가는 바닷물을 살리기 위해선 상시 해수유통만이 방법이다.
수라갯벌 뒤에는 미군 부대와 군산공항이 있다. 그 앞에 보이는 갯벌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때마침 옥녀봉으로 돌아가는 가마우지 떼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해 질 녘 찬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도 딸기는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했다. 그 새들이 수라갯벌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18차] 2024년 11월 25일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드리는 마지막 미사라 신부님 스물한 분과 250명 이상이 모였다.
해창갯벌을 부탁해
"김장하셨어요?"로 시작한 교구 총대리 김창신 신부님의 강론은 '황종렬 박사 논문에서 배추벌레에게 배추는 집이고 밥이고 또 몸이기도 한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를 우리 공동의 집이라 하신 것은 지구 역시 우리의 생태요 몸이다.'로 시작되었다.
"자연을 살리고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려면 무엇보다 개발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즉 새만금사업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첨단 산업과 글로벌 푸드 그리고 관광 레저를 통한 메가시티 경제권 구상안을 화려한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개발 뒤에 감춰진 인간의 사악한 욕망으로 인해 자연환경과 생태는 하루하루 그 숨을 다해가고 있습니다. 이 죽음의 바다 위에 이 파괴의 땅 위에 화려한 바벨탑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자연이 숨 쉬지 못하는 빈 산소 같은 이 척박한 곳에 무엇을 세우고 조성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생명 파괴와 훼손만을 가져올 새만금 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피조물과 자연 세계를 인간의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써가 우리의 존중과 배려를 받아 마땅하고 독립된 가치를 지닌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우리 형제와 자매같이 대우해야 합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멸종위기 종들을 보호하는 것, 인간 환경이 지역 생태계와 화합할 수 있게 애쓰는 것, 이 모든 것이 피조물에 대한 존중과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행동입니다."
"도지사는 상시 해수유통에 대한 도정 질의에서 새만금호 상시 해수유통은 안전 문제, 시설물 등의 보장과 개발지역 등의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일시적 배수 관문 개방이라는 인위적인 해수유통이라는 새만금호의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고 여기 있는 우리 모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중략) 따라서 전북도와 관계 기관은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을 염원하는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개발을 위한 새만금 추가 매립을 중단하고 새만금 방조제 배수관문을 지속적으로 개방하는 상시 해수유통을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당국은 단기적인 성장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어우러져 존중하며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도 인간의 품위와 권리를 누리고 자연계의 미물들도 파괴와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나 충만한 생명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기 위해서 다시 한번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을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신부님 말씀대로 '지상 최고의 갯벌이 최악의 호수와 죽음의 땅'으로 변한 새만금 부안 해창갯벌에서 뜨거운 한여름부터 늦가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드리는 이 마지막 미사가 물질만능주의 개발의 이권에 눈먼 이들로 인한 악순환으로 무덤을 파는 줄도 모르고 개발의 삽질을 멈추지 않는 이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이 본래 모습을 되찾고 그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한다면 우리의 이 기도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정현 신부님께서 한 말씀하셨다.
"저 한 번도 안 빠졌습니다. 그런 연유가 있습니다. 2003년, 내 동생 문규현 신부가 삼보일배, 땅바닥에 절을 하면서 청와대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저 지리산 노고단에서 저 판문점까지 오체투지로 이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이런 아픔 때문에 참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위원회가 바로 이 자리에서 미사를 한다는데 어찌 빠질 수 있었겠습니까? 앞으로 전라북도 도청에서 똑같은 오후 세 시. 안 빠지겠습니다. 교우 여러분, 이거 중단시켜야 합니다. 그냥 묵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에 꼭 오십시오. 고맙습니다."
문정현 신부님
전주 서신동 성당에서 가래떡과 음료를 주셨다. 그리고 문정현 신부님께서 '적은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판화가 선물로 주어졌다.
간식과 선물 외에도 5개월 동안 매주 몇 시간씩 일찍 와서 천막을 치고 음향 장치 세팅을 한 더덕과 현철, 촬영과 편집으로 동영상 업로드를 한 완두, 생태 교육을 담당한 딸기, 성가 반주 형제님, 바하달사 TV, 축하 공연인들 그리고 매주 교통편도 쉽게 닿지 않는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1024-7 해창갯벌까지 찾아와 미사를 드리신 수많은 분께 감사한다.
총 300명이 넘는 신부님이 함께해 주시고 3~4천 명의 교우들이 참석한 18차의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는 끝나지 않았다. 2024년 12월부터 전주 전북도청 정문 앞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세 시에 이 미사는 계속 이어간다.
제18차 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