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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길목과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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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에서 길목기행을 말하다 2 - 이야기가 있는 여행

posted Jun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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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리 : 이화실 편집위원)

 

서촌기행1-1resize.jpg



의미도 있어야 합니다. 뭔가 배움이 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는 힐링도 중요합니다. 풍성한 이야기가 있어야합니다. 그 지역의 독특한 맛을 찾는 즐거움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성비, 가심비가 좋아야합니다.

참 까다롭습니다.

길목협동조합에서 진행해온 길목‘평화기행’(국내, 해외)과 길목‘이야기가 있는 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해온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길목‘평화기행’과 ‘이야기가 있는 여행’은 길목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의 하나입니다. 지난 길목기행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호에선 ‘길목 이야기가 있는 여행’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대담참여자.gif


‘길목 이야기가 있는 여행’의 특별한 즐거움

홍영진 : 길목 이야기가 있는 여행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서촌기행과 성곽기행이겠지요. 서촌기행은 2014년에 시작해서 모두 10회를 하는 동안 237명이 참여했습니다. 김창희 조합원이 지난해 연말 ‘아듀 서촌기행’을 했지만 아마도 다시 하게 될 것 같죠. 그리고 배기봉 조합원이 2017년부터 성곽기행 이끔이를 담당하고 계신데.. 두 차례 하셨죠?

배기봉 : 네. 예전에 향린교회에서 한양 성곽을 4구간으로 나누어 성곽기행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성북동 등 몇 곳을 골목기행처럼 하다가 제가 바빠서 잠시 접었는데요, 지난해부터 길목에서 다시 시작했지요. 사실 이야기가 있는 여행의 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성곽만이 아니라 서울같이 6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에는 구석구석 사람 사는 얘기들이 있죠,

백종수 : 성곽기행을 말씀하셨지만 4번 돌면 다도는 게 아니고, 그게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도 다르고, 아침에 갈 때와 저녁에 가는 게 느낌이 다르잖아요.

배기봉 :  아 그럼요 다르죠.

백종수 : 꼭 오전 11시에 출발해서 2시에 내려오는 게 아니라 4시에 가서 6시에 내려올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서울은 당일기행으로 해왔지만 때로는 게스트하우스를 빌려서 1박2일로도 할 수 있고요. 저녁 성곽기행하고 뒷풀이도 하고...

배기봉 : 맞아요. 백종수님 얘기처럼  한낮에 가면 사실 여름엔 뜨겁거든요. 4시에 시작해서 저녁 즈음에 마치고 저녁 식사 겸 뒷풀이 하는 것도 좋겠네요.

홍영진 : 괜찮겠네요. 같은 공간이라도 언제, 어떤 주제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매번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가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배기봉 : 저는 ‘이야기가 있는 여행’하면서 인물에 포커스를 상당히 많이 맞췄어요. 인물 얘기하려면 당연히 역사 얘기해야 되고, 그 역사적 공간에 대한 얘기도 해야 되죠. 향린교회가 있는 곳도 우당 이회영 일가의 집터였고, 성북동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있죠. 명륜동엔 우암 송시열의 얘기도 있고요. 어떤 사람을 포인트로 맞추느냐에 따라서 얘기가 얼마든지 다양하게 진행되죠.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들어봤던 인물들을 살던 장소를 찾아서 그 사람의 얘기를 하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요? 서울 시내에서 찾으면 아주 많을 겁니다.

백종수 : 서울은 이야기로 펼치면 무궁무진 할 거예요. 이점이 이야기가 있는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있는 여행에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

홍영진 : 길목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을 돌이켜보면 조합원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덕수궁에서 했던 ‘이쾌대 전’이나 ‘이중섭 전’에 많은 관심을 보였지요. 김숙영 조합원의 현대미술강좌도 굉장히 호응이 좋았고. 그래서 전시나 공연 등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길목기행에서 담으려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백종수 : 서울역사박물관 ‘우당 이회영’ 전시회의 경우도 그 전시기획에 참여했던 김창희 조합원이 이끔이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했었죠.
 
배기봉 : 역사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고나서 그 인물이나 사진과 그림 속의 현장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겠죠. 이중섭 전시회를 보고 나서 제주까진 못가도 서촌을 가보면 좋겠죠. 이쾌대 전시회도 보고 나서도 그의 집이 있었던 청운동주민센터 바로 뒤와 그의 형 이여성의 집이 있었던 서촌의 세종아파트를 돌아보면 느낌이 더하겠죠.

홍영진 : 서대문형무소에 대해서도 한 번 하면 어떨까요?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백종수 :  이야기도 많고 또 ‘이진아 기념도서관’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올라가면 안산은 한나절 코스잖아요.

배기봉 : 그 이야기 또한 무궁무진하겠죠.

백종수 : 청계천 뒷골목 가보셨어요. 보루방, 연마봉, 빠루, 데시방.. 이런 말들이 간판에 쓰여 있는 데요, 혹시 무슨 말인지 아세요? 다 일본식 용어잖아요. 미데나는 ‘리데이너’인데 어디 쓰이는 건지도 모르잖아요. 골목을 탐방하면서 이런 용어도 설명해주고 쓰임새도 이야기 해주는 거죠. 

배기봉 : 청계천 공구상가? 하하하 주제 괜찮은 주젠데.

홍영진 : 하하하 엄청 재밌네요.

백종수 : 사실 알고 보면 다 삶에 필요한 거예요. 요즘에는 조립해서 사용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누가 그러는 거예요. “이거 드라이버로 조일 수가 없어. 어떻게 생겼는데? 육각형이야” 우리가 우드볼트라고 말하는 머리가 없는 나사죠. 이거는 엘엔치로 돌려야 하는 거죠. 엘자로 되서 돌리는 게 있어요. 이케아 같은데서 뭘 하나 사와서 조립하려보면 희한한 것들이 들어 있잖아요. 청계천 공구상을 돌면서 이런 생활에 필요한 것도 얘기 해주면 사람들이 재밌을 거 같은데요.

홍영진 : 괜찮네 아이디어가 많네요.

백종수 : 종교답사도 할 수 있어요. 명동성당, 우리 향린교회, 승동교회, 천도교까지 하면 대한민국 웬만한 종교는 다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 교파까지. 영락교화 통합의 대명사, 승동교회는 합동의 대명사 아니에요. 종교 순례를 짧게 할 수 있는 거죠. 우리 향린교회 주변, 가까운 반경 몇 km 안에서도 다 가능해요

배기봉 : 천도교, 불교도 다 되죠. 제목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향린교회가 있는 이 주변지역은 천주교의 얘기가 더 많겠죠. 명동성당은 서학의 모임 장소였던 김범우의 집터가 변한 거죠. 서학을 한 사람들은 당시의 야당이었던 남인(南人)들이었죠. 청계천 쪽으로 가면 눈에 잘 띠진 않지만 이벽의 집터 표지석도 있어요. 천주교 초기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경기도 광주의 천진암도 가 볼 수 있는 거죠. 사실 할 수 있는 거는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성곽기행4-1resize.jpg

 


2018년 남아있는 길목기행은 ~


배기봉 : 이야기가 있는 여행은 계속 만들어가야죠. 성곽기행은 지난번에 낙산하고 남산을 했으니까 인왕하고 북악을 먼저 해야겠지요..

홍영진 : 그리고 청계천 기행도 있다고요?

백종수 : 지금은 아이디어 제안이지만 하라고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하하)

배기봉 : 평화기행은 지난 번 채운석 실행위원장하고 잠깐 얘기했는데 상반기에는 거창평화기행을 했으니, 하반기에는 ‘제주4.3기행’을 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백종수 : 제주를 간다면 금,토,일로 가야겠죠.

배기봉 : 금요일엔 이미 제주 도착해있어야 하겠죠. 토요일 하루 바짝 제주를 4.3을 보고, 돌아오는 일요일 같은 경우는 어디 한 군데 들러서 추사 얘기를 하나 더 하고 온다던지 그래야할 것 같은데요. 

홍영진 : 전에 4.3연구소 소장과 같이 답사를 하고서 여행계획을 만들었어요. 그 일정은 금요일에 가서 일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거였습니다. 교회가시는 분들도 있어서요. 날짜를 잡고 비행기표와 숙소를 확보하는 게 큰 과제죠. 평일이 아니라 주말이라서요.

배기봉 : 숙소까지는 되겠는데 비행기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일 거 같습니다. 특히 경비를 생각하면요.

백종수 : 사실 제주는 2박3일도 아깝죠. 잠도 안자야 됩니다. 무박 3일로.(하하) 전에 만든 그 일정을 기본으로 하고 개인 사정에 따라 앞뒤로 조정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깝다 싶으면 먼저 가서 여행하다 합류할 수도 있고요. 

배기봉 : 괜찮네요.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짜는 거죠. 금요일에 출발해서 일요일에 돌아가는 기본일정대로 참여하는 그룹도 있고, 또 개인사정에 따라 토요일 새벽에 와서 합류할 수도 있고, 하루 이틀 뒤에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효리네 민박집’처럼 제주에서 만나는 거죠.

백종수 : 길목에서는 기본일정에 참여 예상되는 비행기표를 싸게 준비해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20명까지 딱 끊고 나머지는 알아서 오시오. 비행기 값만 빼주는 거죠. 사실 일이 많게 되기는 하겠지만.

홍영진 : 기본 일정을 두고 개인 사정에 따라 현지에서 합류하는 것도 고려해볼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배기봉 : 사실 제주는 여러 번 해도 되는 거 같아요. 한라산 한번 올라가는 것도 괜찮고.

홍영진 : 오름도 많으니까. 그리고 올레길을 걷는 것도 좋고요.

 


더 즐거운 길목기행을 위해...


홍영진 : 자료를 보면 즐겨 참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친한 분들끼리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진행자들이 생각해야 될 것 중에 하나는 ‘여행에 많이 참여했던 멤버들과 새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만큼 즐겁게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할 수일까 하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잘 아는 그룹끼리 어울리는 것이 편하고 재밌겠지만,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배려하고 같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죠. 

배기봉 : 낯가림이 있는 분들도 있지요. 편안하게 풀 수 있도록 같이 마음을 써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백종수 : 저도 군산기행을 진행하면서 많이 느꼈던 점입니다, 오가는 버스 안에서 무엇을 할까...고민 많이 했거든요. 자기소개 하면 금방 끝나잖아요. 별 생각을 다하다가 ‘군산에 ‘이성당’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으니까 빵 얘기를 가지고 4시간 동안 해야 되겠다
해서 빵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빵의 유래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난’이란 빵을 아십니까, 왜 ‘무교병’은 누룩을 안 넣고 만들었을까, 빵의 종류 이름을 대봐라, ‘보름달’ 이런 거 말고 ‘페스츄리’, ‘카스테라’ 등등... 답을 맞추면 상품을 주는데 ‘상품만이 아니라 자리를 바꿔 앉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해서 기존멤버와 새로운 멤버가 자연스럽게 섞이게 했던 거죠.
 

 

서촌기행-포스터.jpg

 


배기봉 : 그렇게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성향에 따라서 ‘나는 조용히 쉬면서 여행 해야겠다’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홍영진 : 서로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되겠죠. .

배기봉 : 함께 걸으며,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가 마음만 있으면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갈 기회는 사실 많으니까요.

배기봉 : 길목기행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정해 놓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기행이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게 굉장히 중요하죠. 예를 들어서 어느 달 네 번째 토요일 길목 기행이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이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걷기 모임을 시작 했는데 이름이 ‘홀세토’예요. ‘홀수달의 세 번째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한다는 표현입니다.

백종수 : 날짜를 정해놓으면 설사 비가 온다 해도 그냥 진행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옛날에 저 태평로 답사를 비 맞으며 했는데, 정말 폭우 속에서 했거든요. 오히려 다 젖으니까 시원해요. 아이 좋다~ 그냥. 아직도 그날은 답사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폭우 속에 서울 거리를 걷는 것도 매력 있더라고요.

배기봉 : 그건 백종수님은 한 번 젖었으니까 버릴 마음이 있는 사람이고, 젖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싫죠. 하하.

백종수 : 폭우 속에서 보는 서울, 아까 얘기했던 날씨의 다름에서 느끼는 또 매력이 있는 거죠. 그리고 길목기행을 위해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평화기행이든 이야기가 있는 기행이든 SNS상에 방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촌기행이다 하면 서촌기행 답사방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기행하신 분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점들도 남기고, 찍은 사진도 마음대로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게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기봉 :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백종수 : 방을 만들면 사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의견을 올리는 거죠. 다음에는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건 지루했다 라든지, 아쉬웠다 라는지,, 후기까지 나오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서로가 관심도 갖게 되고 동료 의식 같은 것도 느끼고.

홍영진 : 그렇겠네요.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하면 SNS방을 만들어서 공유하게 하는 건 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종수 : 그리고 또 한 가지 제안할 것은 길목에서 하는 모든 기행은 선불, 선착순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참여율도 높아지고요. ‘당일 현장에서 만원 접수합니다’ 그러면 사실 참석한다 해놓고 ‘집안에 일 있어서요.’ 하면서 안 오는 분들 많습니다. 그런데 단돈 만원이라도 내놓으면 사람 심리가 부득의한 경우가 아니면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그 쇼핑몰에 가서 카트에 100원 동전을 넣으면 그거 때문에 카트 꼽아놓으러 가잖아요. 비슷한 심리죠.

배기봉 : 선불 선착순이 ‘참여의 기쁨을 높이는 방법에 하나’라는 거죠. (하하) 저는 앞으로는 1년 길목기행 계획이 미리 준비되어서 ‘언제, 어디 갈 거다’하는 예고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홍영진 : 바람직하네요. 앞으로도 길목 평화기행과 이야기가 있는 여행이 조합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서 활기차게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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