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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길목과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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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에서 길목강좌를 말하다

posted Aug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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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리 : 이화실
포스터모음.jpg

 

 

길목에서는 매월 조합원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월례강좌입니다. 조합원들을 위한 무료강좌입니다. 지금까지 46회의 강좌가 열렸습니다.

어떤 강의들이 있었지...
한번 살펴보세요. 주제도 강사도 다양합니다.
포스터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어떤 문제로 고민했는지 말해주는 시간의 축과 같은 느낌이듭니다. 

월례강좌 외에도 길목 신학강좌, 길목 인문학강좌 그리고 길목조합원 강좌가 있습니다. 길목신학강좌는 기독교, 종교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강좌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문학 강좌로는 조합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김숙영의 <그림으로 보는 서양예술사>, 그리고 조합원 강좌로는 고상균 조합원의 <인문학 마시기> 강좌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길목 강좌가 조합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을 나가야할 것인지... 함께 생각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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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열 : 먼저 대담에 참여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길목에서는 많은 강좌들이 있었습니다. 월례 강좌가 거의 매달 한 번 씩 있었고요, 정기적으로 신학 강좌가 개설되었고, 인문학 강좌로서는 여기 계신 김숙영 조합원의 그림으로 보는 예술사...

고상균 : 대박을 친 강좌였죠?

김균열 : 네, 대박 강좌였습니다. 그리고 고상균 조합원의 ‘인문학 마시기- 스피릿으로 끓여 올린 인문학’이 있었죠.

고상균 : 김숙영 조합원의 강좌는 대박이었던 반면 제가 진행했던 세미나는 쪽박이었죠. 오늘 그래서 2명을 부르신 거 아닌가요? 대박과 쪽박? (웃음)

김균열 : 무슨 말씀을.. 고상균 조합원은 강사로서 보다 강좌 기획자로서 모신 건데요.

김숙영 : 코미디 프로 아니죠?

(다같이 웃음)

김균열 : 먼저 길목 월례강좌부터 이야기해볼까요. 고상균 조합원은 길목협동조합 준비단계에서부터 참여했고, 실제로 강좌프로그램을 기획하셨습니다. 길목월례강좌는 어떤 의도, 어떤 목표를 갖고 출발했는지 짚어주시죠. 

고상균 : 협동조합이 시작될 때 고민했던 월례강좌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1970년에 YMCA에서 열렸던 정기 강좌 같은 것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함석헌 선생님 같은 거물급 인물이 강사로 연강을 하셨다는데, 때에 따라서는 한 자리 숫자의 청중이 있을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언제고 정해진 시간에 그곳에 가면 유의미한 시대적 논의를 공유할 수 있다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 길목 월례강좌의 처음 기획의도였던 겁니다.

김숙영 : 어떻게 보면 월례강좌도 길목협동조합의 정체성 속에서 그 방향성을 이야기해야할 것 같기도 한데요,,. 초기에 기획하실 때 이런 고민이나 논의가 있으셨나요?

고상균 :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월례강좌 같은 경우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된다’라는 큰 방향이 설정되어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 주제만 놓고 보면 약간 난잡할 수도 있죠. 이건 ‘당 시대의 주요 사건을 의제화 한다‘는 취지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기획력의 부재일수도 있습니다. 향후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김균열 : 월례강좌들을 뒤돌아보면 주제나 강사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다양했지만 어떤 면에선 전체적인 맥을 유지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로 시의적인 측면을 강조했죠.

김숙영 :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현재 시사이슈들을 다루는 것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7월 월례강좌가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가 바라는 페미니즘 정치’란 제목이어죠. 퀴어에서 페미니즘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퀴어 퍼레이드나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워마드나 반대로 일베에 대해서도 그렇고. 비판도 많고. 그런 것들을 다룬다거나 아니면 평소에는 보기 힘든 분들 모셔다가 사상의 깊이나 학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다양한 시선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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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례강좌 포스터들

 


고상균 : 사실 솔직히 생각해보자면 올 전반기 강좌는 기획이 되지 않았건 것이 사실입니다. 1월 강좌까지만 지난 해 말 사업구상을 통해 협의가 되었지요. 이는 전반기 중 사회적 협동조합전환에 길목 실무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휴강도 요인이 될 겁니다.
그러나 월례강좌를 포함, 길목의 강좌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구성된 강좌팀이 아직까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건 저를 포함한 우리들 모두의 문제와 지금까지의 한계라고도 생각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례강좌를 하긴 해야 되는데 기획은 없고, 기획은 없는데 시간은 다가오니까 사무국장 등이 급하게 제안하여 결정되고, 그러다보니 강사에게는 충분한 연구시간을 부여하지 못하고, 협동조합은 홍보에 필요한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진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여 지난 7월 강좌를 포함해 후반기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좀 더 활발한 강좌 팀의 활동이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 오늘의 좌담에서 여러 강좌 사업들에 대한 긍정성과 함께 아쉬웠던 지점에 대한 정량적 평가도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김숙영 : 분석해 봐야지 방향성도 생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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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월례강좌 포스터들

 


김균열 : 네, 저도 강좌 결과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가지 않고 2017년, 2018년 강좌들을 중심으로 얘기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들이 많았거든요. 인기 강좌일 것 같은 강의에 수강생 숫자가 적고 오히려 무명 강사의 강좌에 수강생들이 많았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 11월 18일에 있었던 ‘박정희, 박근혜, 희극과 비극의 반복’의 강사인 심용환 선생은 팟캐스트나 학원가에서 많이 알려진 분인데 13명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홍보가 부족 한 점도 있었지만... 유명 강사라서 많은 호응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뜻밖이었거든요. 

김숙영 : 사실 저도 의아했어요. 워낙 팟개스트에서 유명한 분이라서.,,

고상균 : 2017년 11월이면 이미 정권이 지나갔죠. 그러니까 이미 박정희, 박근혜 이 주제는 저 개인적으로 사실 좀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김숙영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서 일단락 됐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거 같아요. 촛불 정권 때 이미 치열하게 고민했었기 때문에 또다시 끄집어내기에는 좀 맥없는 거죠.

고상균 : 그래서 사실 한다면 이 주제가 아니고 ‘그럼 이 정권이 어떻게 갈거냐’ 아니면 ‘박근혜 소위 이걸로 촉발되는 적폐청산이라고 시작된 그 논의가 어떻게 가야 되냐’ 이런 얘기를 하면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박정희와 박근혜, 이 주제는 지난 해 11월에 말하기엔 관심이 조금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숙영 : 반면 한수현 전도사의 강좌는 대단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균열 : ‘이단 시비에 바울이 답하다’란 강좌였죠. 한수현 전도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강사였는데 45명이 참여했습니다. 박노자 교수 강좌를 능가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가 5월 17일에 있었던 ‘투박하게 시작하는 한국퀴어신학 운동’은 토크마당인데 66명이 참여해주셨단 말이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길목강좌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은 강사의 인기도와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상균 : 토크마당의 성과는 유능한 사회자가 있었기 때문이죠.

김균열 : 아 그렇죠, 사회를 누가 봤죠?

고상균 : 제가 봤죠. (다같이 웃음)

김숙영 : 역시! 젊은 친구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퀴어나 페미니즘 같은 주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평등위원회(향린교회)’에서 주최했던 좌담회 보셨잖아요. 신지예 강좌도 그랬고요. 청년들이 크게 호응했어요.

고상균 : 성공적인 강좌를 보면 어떤 주제, 의미보다도, 강사의 명성보다도 시의적절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해 조합원들에게 관심 있는 주제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월례강좌의 주제가 ‘시의적절’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김숙영 : ‘나이주의의 경종을 울린다’는 강좌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일이 있어서 참석은 못했지만 파일을 다운받아서 읽어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 개인적으로만 관심 있었던 것인지... 8명밖에 안 왔다고 해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고상균 : 주제의 적절성에도 불구하고 나이주의 관련 강좌에 참석자가 적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당시 청소년 녹색당 내부에 사정이 있어서 강사 선정 등의 협의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었습니다. 이 때문에 날짜 선정, 홍보 등에 어려움이 있었지요. 두 번째는 청소년 주제에 대해 길목의 다수 조합원들의 무관심입니다. 모두가 느끼고 있듯, 우리 조합원들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요. 관심도 적은데다가 강사도 청소년이라는 점에 연배 높은 조합원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숙영 : 그러면 젊은 층들이라도 이렇게 좀 많이 끌어 모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홍보를 통해서. 예를 들면 청소년, 혹은 담당자들에게 참여와 홍보를 부탁했어야 했겠죠.

김균열 : 그런 측면에선 운영의 아쉬움이 많이 남은 강좌였다고 생각합니다.


월례강좌가 조합원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되려면

고상균 : 어찌되었든 월례강좌 프로그램은 처음에 말씀드렸던 애초의 고지, 즉 상황에 따라 다소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유의미한 주제들을 제시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어 보자라는 취지에는 어느 정도 부합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강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가운데 아쉽게 느껴졌던 점은, 첫 번째로 전반적인 주제가 너무 무겁다는 것입니다. 직장이나 일상의 삶 자체도 힘들고 피곤한데 또 어려운 얘기를 들어야하는 것 말입니다. 자! ‘우리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도 필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렇게 해보니 세상 참 재미있더라’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김숙영 : 그렇죠. 우리 너무 진지 일색이에요 무겁고 아프고 진지한 그런 주제들 위주여서 가볍게 나가기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건전한 오락성이라던가.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상균 : 또 하나의 아쉬움은 적시에 필요한 홍보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논의의 적시를 놓치면 홍보도 문제지만, 시의적절한 주제선정도 어렵습니다. 지난 강좌의 참여인원 통계를 보면 강사의 비중보다 주제의 시의성이 더욱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업의 적시 진행, 월례강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숙영 : 저는 어떤 주제를 잡는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선, 새로운 화두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평화소모임에서 모신 ‘세 여자’의 조선희 작가처럼. 이슈 되는 책의 저자가 직접 와서 하니까 관심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김균열 : 제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모든 강좌가 그렇지만 월례강좌는 특히 조합원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 중에는 많건 적건 조합비를 낸 다음에도 계속 후원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고 앞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면 모든 조합원이 회비 또는 조합비라는 이름으로 매달 의무적으로 내게 됩니다. 물론 그 돈이 ‘심심 프로젝트’에 쓰이고, ‘도시락 싸들고’에 기부 되는 것으로 만족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조합이 조합원을 위한 유익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월례강좌가 조합원들에게 특별한 혜택으로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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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좌, 조합원 강좌를 말하다

고상균 : 이제  다른 강좌에 대한 이야기도 지난 것들은 좀 평가해보고 가면 어떨까요?

김균열 : 그러시죠. 먼저 신학강좌를 좀 얘기해볼까요?

고상균 : 광의적으로 볼 때 길목협동조합의 신학강좌는 인문학강좌의 하위 영역이라고 봅니다.  조합원 비율 중 개신교인이 많지요. 조합원들 지적관심사에 신학 강좌가 있었습니다. 그게 한문덕・김경호・정원진 등의 목사님들이 진행하였던 것 같네요.
사실 신학강좌라는 말은 지나치게 기독교 중심적입니다. 다른 종교에도 신학이나 그에 상응하는 학문이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기독교 강좌, 성서강좌 등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의 인문학 강좌에 다양성, 학제 간 교류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합니다. 제주도의 예멘 난민에 대한 사회적 갈등에서 볼 수 있듯,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문제는 한국사회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에 반해 기본적인 이해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이를 위해 이웃종교와 역사이해, 문화체험과 사귐을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학제 간 교류는 쉽게 얘기해 한문덕 조합원이 진행했던 니체와 기독교 같은 것입니다. 이는 인문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 인문학의 대중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균열 : 조합원들이 제일 잘하고 친근한 영역이 신학이잖아요

고상균 : 그렇지요. 신학강좌를 포함해 길목 인문학강좌의 기획취지는 딱딱한 느낌의 인문학을 친근한 언어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뭐랄까요, 대중적인 접점을 넓혀주는 방법? 서양예술사 강좌가 그 대표적인 예인 것이죠.

고상균 : (웃음) 참여하셨던 분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러한 부분들은 저희가 할 수 있다면 계속 좀 살릴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습니다.

김숙영 : 서양예술사에 대한 어떤 대중적인 지적 욕구는 있는 것 같긴 해요. 미래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하기도 하고 시각 문화가 강해지는 것도 같구요. 하지만 식상하지 않은 다른 새로운 강사들을 섭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실기 하시는 분들 위주로.

고상균 : 강사와 친하신가 봐요? (웃음)

김숙영 : (웃음)네 제가 조금 아는 분인데, 이제 새로운 게 별로 나올 거 같지 않거든요?

김균열 : 공감편지에 대한 반응을 보면 김숙영 조합원 강좌가 흥행을 끌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죠.

김숙영 : 아 그림이야기~ 피드백이 있나요?

김균열 : 그럼요! 공감 편지에 실리는 얘기들이 오프라인 강좌로 했을 때 팬 층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거죠

김숙영 : 이론이라든가 미술사에 대해서는 끝도 없이 할 수 있죠. 그런데 대중적인 교양 수준으로는 제한 요소들이 많죠. 대중적이지 않은 주변부 미술, 여성미술, 퀴어 미술에 대해서도 할 수 있지만 큰 관심이 없을 거란 말이죠. 20대 초반의 여학생들은 호응해요. 근데 강좌 오시는 분들은 연령대가 좀 있으세요. 그니까 그분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이런 강좌 주제가 좀 맞지 않아요. 그래서 좀 한계를 느끼는 거예요.

고상균 : 어찌되었든 서양예술사는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인문강좌 중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주제의 흥미, 그 흥미를 통해 인문학과 참석자를 연결해 준 것이지요. 이건 우리 길목 인문학강좌의 기본 취지와도 부합된다고 봅니다. 합목적성과 사업성을 가진 것이겠지요. 이어서 아까 말씀드린 신학강좌 같은 경우는 조금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조합원의 대부분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들에는 자체 성서 교육 프로그램이 있죠. 여기에서 교회별 프로그램과 길목 신학강좌와의 차별성에 대한 물음이 생길 겁니다. 실제로 길목강좌에 오신 조합원 중에 교회에서 하는데 왜 돈을 받느냐는 문제제기를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김숙영 : 교회 강좌를 들었던 분들은 강좌 내용과 상관없이 과거에는 무료였는데 지금은 유료로 전환 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지요.

고상균 :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 거겠지요. 우리가 알고 있듯 협동조합이 특정 종교색을 강하게 띄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일단 신학강좌는 인문학 강좌의 하위영역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회에서 진행되는 신앙적 색체와 대비해 길목의 인문학적 색체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기존의 신학 강좌가 달랐는가? 이건 좀 점검해야 된다고 봅니다. 만약 그게 별로 차별성이 없다고 본다면 우린 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겠습니다.
또 김창희 조합원이 진행하셨던 서촌기행을 생각하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저희가 강좌라고 할 땐 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떠올립니다. 아주 고전적인 방식이지요. 좋은 방식이긴 한데, 21세기 이후에도 이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저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아직 구체적인 답은 없지만, 강좌와 기행이 합쳐진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서양예술사 영역에서는 미술관에 놀러가기 같은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미술관 현장에서 진행되는 강의, 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김숙영 : 대학도 마찬가지고 이 교수법이라는 게 획기적으로 변해가고 있기는 해요. 일방적으로 강사가 설명하고 강의하고 그담에 청중들은 받아들이고 기록하는 방식은 지금은 낡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세미나 방식으로 바뀌고 있죠.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화두만 딱 던져주고 청중들이 말할 수 있게끔 해요.

고상균 : 지금 말씀하신 걸 나중에 김숙영 선생님께 전달해주세요. 서양예술사 하실 때 그렇게 하시는 걸로(웃음)

김숙영 : 저도 간혹 시도하죠.

김숙영 : 인문학 강좌는 신학강좌와 이뤄지는 게 서양예술사와 그담에 또 뭐가 있나요?

김균열 : 조합원 강좌가 있습니다. 고상균 조합원이 진행했던 ‘인문학 마시기“가 있었죠. 그리고 홍영진 이사의 영화이야기, 철공소 세미나 등이 있었습니다.

김숙영 : 개인적으로는 조합원 강좌를 보다 활성화시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상균 : 조합의 설립 취지에도 맞겠지요.

김숙영 : 길목 강좌들의 방향 또는 목표라고 해야 할까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이해를 했어요. 하나는, 조합원을 위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비나 조합비를 받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는 조합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어떤 교육,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이고, 세 번째는 아까 얘기하셨던 것처럼 현장과의 연계를 통해 지원하는 활동. 이런 세 가지 중요한 목표나 방향성은 정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활동의 범위와 한계를 정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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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하고 특별한 재미가 있는 길목 강좌를 위해...

고상균 : 월례강좌, 인문학 강좌, 조합원 강좌에 성평등 관련강좌와 신입조합원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되면 어떨까 합니다. 성평등 강좌를 제안함은 기존에 길목에서 진행되었던 관련 강좌에 대한 참여인원과 사회적 필요성에 기인합니다. 성평등 강좌 역역에서는 퀴어이론과 페미니즘 이론, 성평등 감수성 워크숍과 여성지도력 개발과정 등을 포함시키면 좋겠습니다. 신입 조합원 교육은 그동안 실행위원회에서 숱하게 논의되었지만, 사실상 진행된 바가 없었습니다. 이는 사무국의 조합원 관리와 연동되어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김숙영 :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평등 교육은 조합원 교육 중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성평등 감수성 워크숍은 일방적인 교습법이 아니라 세미나 방식이 필요하겠습니다.

고상균 : 네. 워크숍, 얘기 나눔 수다 떨기 등, 뭐든 좋겠습니다. 끝으로 조합원 강좌는 존재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합원들 중 각계의 전문가들이 무척 많으십니다. 사무국, 혹은 실행위원회 등에서 안내를 좀 많이 해주실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김숙영 : 체계적으로 강좌를 나누려면 사무국장이 한 네 명쯤은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다같이 웃음)

고상균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길목 협동조합의 교육 사업에는 몇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일단 가지고 있는 유희성, 재밌어야죠. 두 번째는 학문의 시대성. 이는 사회선교센터라는 길목의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학문의 현장성, 길목협동조합의 교육프로그램은 완전히 아카데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죠. 우리 강좌의 최대 강점은 시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림, 성서 등 관심하는 영역에서 시대와 현장에 대한 성찰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죠. 그게 없다면 길목의 강좌일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사람들이 길목의 강의는 어떻다고 라고 사람들이 말할 때, ‘그곳에는 현장성 짙은 강사들이 있다’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시대를 바라보는 화살촉 같은 것이죠. 이를 위해 학문의 진보성, 우리가 끊임없이 갖고 있었던 것에 비판해 볼 필요가 있죠. 끝으로는 학문의 다양성입니다. 우리 안에서 논의 못할 이야기는 없어야하겠지요. 필요한 분야라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죠.

김숙영 : 유익하고 재밌어야 하겠죠.

고상균 : 너무 힘들다. 유익한데 재미있기까지! (웃음)

김숙영 : 그리고 다른 인문학 강좌들과 변별력을 갖춰야죠. 그 키워드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변인, 소외됐던 주제를 아우르는 그런 것? 기독교 개신교가 주류였다면 이슬람이나 다른 소수종교를 살펴보거나 아니면 강사진도 늘 발언해왔던 주류 강사들, 인지도 때문이긴 하지만, 새로운 참신한 주변적인 혹은 소수적 관점을 지닌 강사들을 발굴해내는 일도 여기 길목의 과제가 될 것 같기는 해요.

김균열 : 상당히 중요한 얘기하셨고, 그 ‘다양성’하니까 정말 한마디로 명쾌하게 답이 나오네요. 저는 거기에 하나만 더 붙이자고 하면 다양성은 너무 중요한 키워드인데 다양성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청년들의 시선에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물리적인 나이를 낮춰서 보자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이제 막 세상에 던져져서 뭔가를 찾으려고 할 때의  그 시선으로 가보자 하는 겁니다. 그들의 시선으로 보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기성세대들이 통일을 논하고 운동하면서 청년들은 통일에 대해 도통 관심 없다고 생각할 때에 그들의 시선에 걸리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보는 겁니다. 하다못해 성평등 강좌를 개설하여 만들 때에도 어디 뻔한 무슨무슨 연구소에서 나온 강사를 모셔다 듣는 강좌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으로 그들이 만드는 강좌를 장려해야 한다는 거죠.

김숙영 : 저는 조금 더 나가 금기를 타파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성역을 제거해서 길목협동조합 약간 불순한 곳 같아. 이런 느낌을 퍼뜨렸으면 좋겠어요. “저기는 조금 이상해.”

고상균 : 삐딱한 거요!

김숙영 : 삐딱한 소리를 가서 들을 수 있어. 늘 접할 수 있는 지식, 정보, 책, 관점이 아니라 거기는 좀 뭔가 달라 하는 느낌을 주면 좋겠어요. 비주류인들, 주변인들, 소수자들, 약자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느낌을 풍겼으면 좋겠고요. 청소년 관점의 섹슈얼리티, 게임문화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루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기성세대는 보통 부정적이거나 꺼리는 경향이 있잖아요. 청년 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 다루면 좋겠어요.

고상균 : 유희성, 시대성, 현장성, 진보성, 다양성 혹은 뭐든 간에 이것들 모두가 조합원이 원하는 것들이어야 되겠죠. 우리는 조합이니까요. 조합원이 원하는 것을 해야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잖아요. 계몽적, 깃발세우기 식의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사업의 시작은 조합원을 향해 의중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설문같은 방식이 될 수 있겠지요. 조합원이 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야 사업별 팀 구성도 가능할 것입니다. 팀을 구성한 사람은 결국 조합원이어야 할 테니까요. 조합원에게 묻기,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숙영 : 길목협동조합에서 제공하는 강좌 들으러 향린교회 가면 다른 데에서 듣는 천편일률적인 얘기가 아니라 ‘같은 주제라도 뭔가 달라’, ‘참신했어’, ‘인상 깊었어’.. 이런 변별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균열 : 저는 좀 불편한 얘기를 할게요. 매번 이렇게 대담을 하면 느끼는 것이 와 정말 귀가 호화로워지죠. 아이디어도 좋고 되게 많은 어떤 이상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와요. 너무 하고싶죠. 근데 현실은 저 밑바닥에 있단 말이죠. 그랬을 때 그러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선택과 집중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저는 오늘 나온 얘기들이 좋은 아이디어 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 아이디어들이 가리키는 한 방향만 바라보려고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길목사업에 녹아 들 수 있도록 힘써야겠지요.

고상균 : 같은 생각입니다. 강좌팀의 예를 들어볼까요? 일단 강좌팀이 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좌팀은 언제, 무엇을 논의하나요? 그리고 논의된 사항은 누가 결정해 주나요? 강좌팀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지요? 강좌팀의 논의는 누구를 통해, 어떻게 실행위원회에 전달되나요?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이건 시스템이 아니죠. 강좌팀이 구상 될 땐 어떤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를 위한 권한과 역할은 무엇이다 등에 대한 조직적 판단이 있어야합니다. 실행위원회와의 권한 설정도 중요하겠지요. 강좌팀이 기획은 할 수 있지만 조직 전체를 볼 순 없으니까요. 두 번째는 최초 구동에 필요한 동인입니다. 첫 바퀴는 굴러갈 수 있도록 강좌팀을 구성한 단위가 만들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기 동인을 주셔야 된다고요. 그럴 수 있으면 준비된 팀들이 그다음을 만들면 되죠. 근데 지금은 구성만 되었을 뿐 조직도, 동인도 없습니다. 이게 아쉽다는 거예요. 초기 동인이 필요합니다. 

김숙영 : 적어도 지금 대담회가 이렇게 실행될 수 있도록 우선 첫발자국을 뗐잖아요. 이게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좌에 참여하는 것이 조합원의 혜택이요 권리다”라는  조합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김균열 : 긴 시간 두 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합원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직 함께한 적이 없었다면 한 번 참여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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