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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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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 : 홀리 크로스 수도원에서의 하룻밤

posted Jan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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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 Psalm  4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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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에 몇 년 살다 보니 복잡한 도심을 떠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갈망하게 된다. 물론 센트럴 파크, 리버사이드 파크, 식물원 등 오아시스 같이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 많지만, 공기가 맑고 힐링이 되는 자연이 그리워진다. 내가 뉴욕을 정말 좋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 도시가 주는 풍부한 문화생활 보다는 뉴욕시에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자연이, 산과 물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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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더빌트 저택 정원에서 보는 겨울과 여름경치, 강 건너편이 홀리 크로스 수도원
 


허드슨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허드슨 밸리(Hudson Valley)에는 도심을 탈출하여 하이킹도 하고 심신을 힐링하기에 좋은 곳이 많다. 어디를 가나 평평한 평지인 시카고에서 오래산 나에게 뉴욕의 자연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으로 다가온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가는 것보다 근처에 아름다운 자연이 많은 것은 축복이다.

뉴욕시에서 허드슨 강을 따라 차로 한 시간 반 북쪽으로 가면 하이드 파크(Hyde Park)라는 타운이 나온다. Vanderbilt Manor 와 Franklin Roosevelt Library 가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인데, 미국에서 유명한 쉐프들을 배출하는 요리학교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CIA)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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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즈벨트 도서관

 


하루는 하이드 파크를 둘러보고 강 건너편 서쪽 웨스트 파크에 위치한 홀리크로스 수도원(Holy Cross Monastery) 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곳은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기도나 묵상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아니면 종교적인 배경과 상관없이 여행객으로 머물면서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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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5번 정도 열리는 예배 프로그램에 각자 자유롭게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책을 읽거나 쉴 수가 있다. 수도원에서의 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종이 울리면 예배시간을 알리고, 또 종이 울리면 식사시간을 알리고, 시계를 볼 필요도 없었다. 단 밤 8시 반부터 아침 8시 반에는 ‘침묵의 시간’으로 조용히 해야 한다.

수도원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교회에서 함께 수련 온 사람들, 책을 쓰려고 온 사람, 도시 생활에 지쳐 잠시 쉬러 온 사람들 다양했다. 예배시간에 향이 너무 강해 뒷자리로 이동해서 앉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향이 너무 좋아서 기념품가게(gift shop)에서 샀다고 한다. 이 수도원은 남자 수도사들만 있는 곳인데, 몸이 불편한 노 수도 사들도 몇 분 계셨다. Chanting하는 소리는 너무도 좋아 오래 전에 베네딕트 수도사들의 Chant CD가 베스트셀러(best seller)여서 사서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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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주위에는 허드슨 강가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었다, 눈이 쌓여서 산책로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이 녹으면 Labyrinth를 돌면서 묵상을 하거나 꽃이 피고 초록으로 물든  산책로를 따라 강변으로 내려가면  평화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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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는 젯밥^^이라는 말이 있듯 여기 수도원에 하루 머물면 맛있는 삼시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여기는 점심이 디너dinner라고 부르는 가장 풍성한 식사이다. CIA출신의 주방장이 음식을 만드는데 소박하고 간단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수도승들과 함께 원으로 서서 시작되는 식사는 전경에 허드슨 강을 바라보는 경치 좋은 곳에 식당이 위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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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안을 둘러보면 흥미로운 공간들이 많았다. 한 사람만이 탈 수 있는 옛날식의 희귀한 엘리베이터가 있어 재미로 타보았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책들을 소장하고 있어서 Merton 수사의 묵상 집을 골라 읽었다. 뉴욕의 조그만 공간에 살면서 무얼 산다고 할 때 는 몇 번 생각하게 되고 좀처럼 기념품(Souvenir)을 사지 않는데, 여기 수도사가 쓴 캘리그래피(calligraphy)와 조약돌에 그린 천사를 Gift shop에서 사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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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주드 룸(St. Jude room)에 묵었는데 소박한 침구였지만 그 어떤 곳보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편안한 잠자리였다. 그래서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곳을 알려주고 싶었다. 피곤하고 지친 뉴요커들에게 좋은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홀리 크로스 수도원의 목적이 신도이던 여행객이던 막론하고, 피곤하고 지친 영혼들에게 예수님이 그랬듯이 안식처를 주는 곳이라고 하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수도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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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수도원 마당에  내가 만든 미니 꼬마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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