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강좌 ‘철도노동자 김정용이 사진으로 전하는 『세월호 참사 5년』’ 후기
“제가 찍은 세월호 사진들을 폐쇄된 공간, 잘 꾸며진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하기 보다는 여기에 걸고 싶었습니다. 행인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되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사진을 보러 온 작가의 지인들이 갤러리 시설에 대한 불만을 표시 하자 작가가 힘주어 했던 말입니다.
사진을 배우면서 기회가 날 때 마다 전시회를 관람 하곤 했습니다. 다른 갤러리는 전시 공간 까지 하나의 작품 인 듯 멋진 분위기를 뽐내지만 서울지하철 경복궁역에 자리 잡은 전시공간은 여기저기 아쉬운 맘을 들게 했습니다. 사진이 걸린 벽은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어두운 바닥과 거친 천정은 관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방해하였습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광화문 광장에 가서 ‘별이 된 아이들’이라는 문구를 보고 사고 현장의 별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동거차도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5년 동안 세월호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은 텐트 위로 빛나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습니다.
“지하철 차량을 수리하는 노동자로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사용연한이 지나서 고철로 처분하는 배를 들여와서 운행했던 것이 참사의 주요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면서 지하철 노동자의 눈에는 대구 지하철화재 참사가 오버랩 되었다고 한다. 경영합리화, 수익성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지하철 운행환경 악화가 아니었다면 대구 지하철화재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을 했다.
사진을 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낡은 배를 운행할 수 있게 해준 법률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거잖아요? 그 법률이 바뀌었을 거라 생각하시죠? 아닙니다.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똑 같이.”
사진을 설명하는 지하철 노동자의 얼굴은 매우 어두워 보였다. 전시회 막바지에 걸렸다는 심한 독감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되었다. 내 맘 속에도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한쪽 끝에서 부터 굳어져 가는 듯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