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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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지난 4월 초에 77세인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뇌경색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뇌경색이 발병한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최대한 치료를 잘해서 지금은 혼자 거동을 하실 수 있는 정도로 호전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뇌경색이 발병한 후 1주일 정도에 재발 확률이 높아 집중치료를 받아야하고 보호자가 5일간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해서 5일간 병원에서 지내면서 어머니를 간호하였다. 보호자 간호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일주일 정도는 간호할 수 있지’ 하면서 의사가 말한 5일보다 2일 더한 7일을 내가 간호하고, 그 다음에 병원 간호에 어머니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집중보호기간 5일째 되던 날 제일 먼저든 생각이 “이렇게는 더 이상 못하겠다.” “나도 죽겠다”였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하더니, 나도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까지는 어떻게 버티겠는데, 2일을 더 연장해서 해보려고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돌볼 때는 최소 1년 이상을 옆에 끼고 키우셨을 텐데 그깟 7일도 못 참을까하는 생각과 5일 이상을 간호하면 내가 죽을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 나는 정말 큰 갈등이 있었다. 그러다가 의사가 5일만 집중적으로 보호하라고 한 말이 다시 생각나서 그래  그래도 5일을 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5일간만 간호가 가능한 나를 받아 들이자라고 하니, 죽을 것 같은 내 마음이 살며시 다시 살아나면서 어머니를 간호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병치레를 한지가 벌써 3달 가까이 되어간다. 뇌경색이란 병이 희한해서, 어제까지 멀쩡하던 자신이 발병이후 하루아침에 말하는 것, 먹는 것, 움직이는 것, 배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돌아가시는 것보다는 낫기야 하겠지만, 자주적인 성인으로서의 삶에서는 큰 어려움을 갖게 돼, 하루아침에 달라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임을 발병이후의 어머니를 보면서 느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또한 가족으로서 함께 겪는 고통이다. 

내가 정신분석 상담을 통해 배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라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어려움을 피하고 싶은 내면의 충동에서 인격적 삶을 선택해 살아야하는 인간의 숙명같은 갈등에 대해 머리로는 많이 알았지만, 매번 삶의 경험에서 도전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면서 현실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나와 타협해 가는 것을 정신분석적 상담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이런 배움이 내가 어려움 속에서도 잘 풀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고 있음을 매번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인생의 문제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어떻게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느냐가 자신의 삶을 진정성 있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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