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심엔]

ddaeed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posted Jun 27, 2019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hospice-1750928_1280_resize.jpg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지난 4월 초에 77세인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뇌경색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뇌경색이 발병한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최대한 치료를 잘해서 지금은 혼자 거동을 하실 수 있는 정도로 호전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뇌경색이 발병한 후 1주일 정도에 재발 확률이 높아 집중치료를 받아야하고 보호자가 5일간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해서 5일간 병원에서 지내면서 어머니를 간호하였다. 보호자 간호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일주일 정도는 간호할 수 있지’ 하면서 의사가 말한 5일보다 2일 더한 7일을 내가 간호하고, 그 다음에 병원 간호에 어머니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집중보호기간 5일째 되던 날 제일 먼저든 생각이 “이렇게는 더 이상 못하겠다.” “나도 죽겠다”였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하더니, 나도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까지는 어떻게 버티겠는데, 2일을 더 연장해서 해보려고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돌볼 때는 최소 1년 이상을 옆에 끼고 키우셨을 텐데 그깟 7일도 못 참을까하는 생각과 5일 이상을 간호하면 내가 죽을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 나는 정말 큰 갈등이 있었다. 그러다가 의사가 5일만 집중적으로 보호하라고 한 말이 다시 생각나서 그래  그래도 5일을 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5일간만 간호가 가능한 나를 받아 들이자라고 하니, 죽을 것 같은 내 마음이 살며시 다시 살아나면서 어머니를 간호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병치레를 한지가 벌써 3달 가까이 되어간다. 뇌경색이란 병이 희한해서, 어제까지 멀쩡하던 자신이 발병이후 하루아침에 말하는 것, 먹는 것, 움직이는 것, 배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돌아가시는 것보다는 낫기야 하겠지만, 자주적인 성인으로서의 삶에서는 큰 어려움을 갖게 돼, 하루아침에 달라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임을 발병이후의 어머니를 보면서 느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또한 가족으로서 함께 겪는 고통이다. 

내가 정신분석 상담을 통해 배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라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어려움을 피하고 싶은 내면의 충동에서 인격적 삶을 선택해 살아야하는 인간의 숙명같은 갈등에 대해 머리로는 많이 알았지만, 매번 삶의 경험에서 도전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면서 현실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나와 타협해 가는 것을 정신분석적 상담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이런 배움이 내가 어려움 속에서도 잘 풀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고 있음을 매번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인생의 문제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어떻게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느냐가 자신의 삶을 진정성 있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수미-프로필이미지.gif

 


  1.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지난 4월 초에 77세인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뇌경색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뇌경색이 발병한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최대한 치료...
    Date2019.06.27 Views571
    Read More
  2. ‘힘드니?’ 라고 물어봐주기

    ‘힘드니?’ 라고 물어봐주기 저는 원칙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좋은 말로 원칙적이지만 막히고 용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한 때는 동료의 얼굴보다는 출근 시각을 먼저 확인하고 ‘또 늦었군!’하는 표정으로 ...
    Date2019.05.28 Views348
    Read More
  3. 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저는 상담 대학원에서 자아초월상담을 공부했습니다. 가끔 ‘자아초월상담이 뭐예요?’ 묻는 분도 있고 ‘자아초월상담은 왠지 어려울 거 같아요’ 하시는 분들도 가끔 만납니다. 저 자신도 자아초...
    Date2019.04.28 Views434
    Read More
  4.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심심엔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최근에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회이지요.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한국전...
    Date2019.04.01 Views354
    Read More
  5.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만나거나, 내가 내담자가 되어 카우치에 누울 때 간혹 떠오르는 질문이다. 이솝우화 하나. 숲 속에 사는 새들이 가장 아름다운 새를 자기...
    Date2019.01.30 Views451
    Read More
  6. 상담자의 태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상담자의 태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얼마 전에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년, 감독 션 베이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주인공은 6~7살 정도 되는 '무니'라는 소녀인데, 엄마랑 디즈니랜드 근처의 모텔을 임시거처로 삼아 살고 있습니다. 영화는...
    Date2018.11.28 Views633
    Read More
  7. 내 안의 다른 목소리와 만나기

    내가 정신분석적 상담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아니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정말 내게서 실현된 것 같으니까 말이다. 나는 20대에 정말 미칠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하였고 사회에 나가 일하는 ...
    Date2018.07.25 Views407
    Read More
  8. 숨어있는 나를 찾아서 – 자아의 민주화 훈련

    정말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내 무거운 자아는 많은 동시대인이 그렇듯 시대적 아픔이 큰 몫을 차지한다. 대학생이 되면 날개가 돋아 한껏 자유로울 줄 기대하며 제복과 규율의 통제를 견딘 한 고등학생, 그가 진입한 대학이란 아이러니하게도 군사독재에 맞...
    Date2018.06.26 Views354
    Read More
  9.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여정, 상담 이야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노래한 시인은 우리네 삶에 대한 짧고도 강렬한 통찰을 어떻게 알았을까. 꽃들에게 별들에게 물어봤을까?^^ 아마도 시인은 삶이라는 대지의 생살을 찢어 싹을 틔우고 ...
    Date2018.05.25 Views301
    Read More
  10. 나는 괜찮은가요?

    저는 노조활동과 치유활동을 같이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오랜 노조 활동에서 마주한 막막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상황에 저 역시 힘들었어요. 동아엔지니어링 전 위원장인 신길수 동지가 IMF 직후 회사의 퇴출에 맞서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고용안정을 요구하...
    Date2018.04.25 Views2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