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기생충
곱등이 vs 돈벌레
빨래 삶는 냄새 vs 곰팡이 냄새
골목이 보이는 반쯤 가려진 창문 vs 벽이 막고 있는 창문
명문대 준비 중인 4수생 vs 아무 생각 없는 재수생
백수 vs 가난한 노동자
영화 기생충이 어릴 적 냄새들과 교차되면서 새로운 미장센이 머릿속으로 소환됩니다.
영화는 계층간 블랙코미디로 씁쓸한 웃음을 주지만 '냄새'로 상징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위태롭게 전개됩니다. 특히 숙주를 차지하기 위한 약자들 간 아귀타툼은 벼랑 끝으로 몰리는 한국사회를 적나라하게 발가벗깁니다.
무계획이 최선의 계획이라는 50대 가장 기택
역류하는 변기에서 절망한 듯 담배 피우는 딸 기정
폭우로 잠긴 집에서 수석을 품고 나오는 아들 기우
the care 엄마 충숙
습기 찬 안경 뒤에 가려진 반전 집사 문광
포기한 삶을 숙주에 기생하려는 근세
벤처로 성공했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동익
심플한 매력인지 오만함인지 헷갈리는 연교
영화는 끝나고, 검은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굽은 등과 처진 어깨, 콘크리트 같은 발로 출구를 향해 걸어갑니다. 아래로 향한 붉은 카펫은 포강으로 가는 지하계단처럼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이 착잡합니다. 소파에 앉아 tv를 켰습니다. 오늘은 뉴스 시그널마저 탁하게 들립니다. 갑질로 국민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긴 재벌들의 경영복귀 소식이 들립니다. 명분은 "마케팅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이들의 철옹성 같은 수직 사다리를 생각하니 쌍욕이 나옵니다.
늦은 저녁,
지금도 계층 간 계급 간 극심한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분노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