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맥주 유럽역사를 빚다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수도원 계통의 맥주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수도사들의 열정과 땀방울의 결과인 동시에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얻어낸 독과점과 경쟁 우위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 더위와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쌓인 갈증을 풀기 위해서라도… 마시자! 그 향긋하고 쌉싸름하며 구수하기까지 한 음료는 우리들을 당장에 낙원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환상적인 액체가 우리에게 전해지기까지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보았으면 한다.
165쪽 / 에필로그: 그런데 왜 맥주와 수도원을 함께 말할까? - 수도원의 맥주 양조 이야기
우리들 삶의 자리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는 이분법적 수직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갑과 을, 자본과 비자본, 소위 정상과 비정상, 남성 중심적 틀 속에서의 생물학적 남과 여, 지배적 성과 성소수자, 지배자 인간과 그렇지 않은 동물 및 자연 등등 말이다. 적어도 이 같은 구도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동의할 수 있다면… 체 게바라가 말했듯, 우리는 동지, 곧 뜻이 같은 친구일 수 있겠다. 반가운 벗들이 만나는 자리에 맥주가 빠질 수 있을까? (…) 그 재미나고 흥이 넘치는 자리는 마침내 뭐든 가진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누려 드는 작자들로부터 이 세상을 좀 더 살맛 나는 공간으로 바꿔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117~118쪽 / 그 험난하고 목마른 곳에 수도원과 맥주가 있었다 - 이베리아반도의 그리스도교, 그리고 맥주
기존의 맥주 책들에서 맥주가 알파요 오메가였다면,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에서 맥주는 맥주순수령이 규정한 세 가지 재료 같은 필수 재료 정도가 아닐까. 맛있고 멋있는 인간 이야기, 인간의 삶 이야기를 빚어내는.
이 책은 고스란히 최상의 품질로 빚어진 한 잔의 맥주다. (…) 바이에른 공국의 지배자들이 공표했던 ‘맥주순수령’에 따르면 맥주에는 물과 보리와 홉 단 세 가지의 재료만 사용해야 한다. 이 책 또한 순수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우선 공짜로 유럽 맥주 여행을 시켜주니 이는 보리의 구수함이요, 맥주 만들어 팔아 남편의 종교개혁을 도왔던 마르틴 루터의 부인 카타리나부터 맥주홀에서 폭동을 일으킨 히틀러까지 ‘맥주에 얽힌 모든 사연’은 쌉싸름하지만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홉일 것이다. 그럼 물은 무엇일까.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내게 맥주 한 잔이라도 사준 적이 있는 분들, 혹은 한 번이라도 나와 술 한잔 기울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깊이 머리 숙여 전하는 감사의 인사를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바로 이 마음, 누군가와 함께 맥주잔 부딪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서 한잔 술을 사기도 얻어먹기도 하며 익어가고 깊어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바로 그것이 우리 삶을 촉촉하게 만드는 ‘물’이 아닐까.
Tip. 그렇다고 명색이 맥주 책인데 당장 실생활에서 써먹을 만한 쏠쏠한 정보가 없을 리가. 각 꼭지의 말미에 붙인 ‘팁’과 부록을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