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 세미나,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나답게 살고 싶다”라는 질문과 욕구는 최근 5-6년간 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참으로 다양한 곳의 문을 두드렸고, 거기에는 심리학, 상담심리학, 정신의학, 심지어는 사주와 점성술까지 포함된다.
그러한 노력 내지는 방황(?)의 일환으로 나는 심심 세미나에까지 흘러 들어왔다. 상담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 사이에 내가 끼어도 되는 걸까, 왠지 눈치가 보이기도 해서 그렇게 오래 참석하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그러나 이제는 첫 시작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심심 세미나는 나에게 오랜 습관이자 토요일의 루틴(routine)이 되었다. 국내외의 다양한 책들을 읽고, 노경선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다양한 해석과 이론의 틀을 배우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늘 흥미롭고 자극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자극과 배움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얻었다. 외국의 상담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들과 심심 세미나에 참석하는 선생님들이 실제 맡고 있는 따끈따끈한 상담 사례들은 나에게 매번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롭고도 힘든 학습과 통찰의 과정이었다. 다양한 아픔과 사연을 들고 상담자들을 찾은 내담자들은 모두 나를 닮은 모습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는 거의 매번 내담자들의 상황에 나를 이입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아무리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해도 그저 측은하고 가여웠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과 인정을 절박하게 갈구하는 어린 아이 같은 그 마음이 느껴져 마냥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 절박한 마음을 왜 알아주지 못하나, 내담자의 주변 사람들이나 상담을 맡은 담당자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나는 다양한 사례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에게 몰입했다.
내담자들에게 몰입해 무작정 그들의 편을 들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사람들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결국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지도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이는 내 어떤 면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힘들게 만들 수 있을지를 좀 더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나와 전혀 관련 없지만 나와 비슷한 면들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알게 된 것,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좀 더 분명해 진 것은, 내담자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의 여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낯선 이방인 같은 나를 받아 주시고 함께 공부하게 해주셔서 나의 “나를 찾는 여정”에 도움을 주시는 심심의 선생님들과 노경선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