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김밥
구운 빵 사이에 반찬을 끼우면 샌드위치가 되고, 찐빵 사이에 반찬을 넣으면 만두가 되고, 밥 사이에 반찬을 넣어 말면 김밥이 된다. 입속에 들어가자마자 비빔밥이 될 터이지만 우선 보기에 좋다. 정갈하게 차려진 비빔밥이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씹다 뱉어 놓은 듯한 모습이 되면, 샌드위치나 햄버거나 왕만두가 이빨로 뜯긴 자국을 줄곧 들여다보며 먹게 되면, 맛이 좋고 나쁨을 떠나 미적인 부분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김밥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자르지 않고 두 손으로 움켜쥐고 뜯어 먹는 게 맛이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뚝배기보다 장맛. 벽을 보고 혼자 먹을 때 그렇게 먹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먹는 모습은 추하고 그 추한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이 사람 사귐일 때 조금이라도 보기 싫은 부분을 보지 않고 보여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식탁 예절이다. 식탁에 앉지 않고도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몇 안 되는 요리가 김밥이다. 김밥은 격식 없으면서 댄디한 멋쟁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