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의 고독한 외침
“원직복직!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강남역사거리 CCTV철탑. 오늘도(2019년 7월 30일) 김용희님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용희님은 삼성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 1995년 해고통지도 없이 그냥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삼성 본관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수차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도했습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업무방해 구속, 명예훼손 구속이었습니다. 국회 앞에 매일 출근하며 호소해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사회에서 투명인간이었습니다. 2019년 7월 10일 60세 정년을 앞두고 6월 10일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 올라 목숨을 건 마지막 투쟁을 감행하기 전까지 그는 삼성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로부터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4년 동안.
그는 왜 거부했을까?
‘노동조합은 안 된다’는 삼성의 지침을 순순히 따랐으면 남부럽지 않게 살았을 것을...
그는 왜 무모하기까지 보이는 그 외로운 싸움을 멈출 수 없었을까?
삼성이란 거대 공룡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 생각해서였을까. 다른 직장을 구했으면 지난 24년 동안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삼성은 왜 그랬을까?
노동자 김용희는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을 설립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무노조경영’을 표방하는 삼성의 대응은 잔혹했습니다. 해고, 감금, 폭행, 아버지의 의문의 실종, 아내에 대한 성폭행 위협...
노조에 대해 삼성은 왜 이렇게까지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아니 어떻게 반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행위가 가능한 것일까요?
“같은 업종 최고 대우 해준다. 대신 노조는 안된다” 이 말의 이면을 생각해봅니다.
“오너(주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아라.”
“오너(주인)와 대등하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라”
권리가 박탈된 노동자와 오너(주인)의 관계는 일제강점기나 조선시대 지주와 종의 관계나 다름없는 것이겠죠. 오너–주인이 곧 법인 무법의 삼성공화국이 김용희님과 그 가족에 대해 무자비한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원직복직!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그의 외침은 단순히 억울한 한 노동자의 외침이 아닙니다.
“원직복귀!”
해고 통지도 없이 쫓겨난 노동자 김용희의 권리 주장입니다.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무법의 삼성공화국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자, 주종의 관계에 굴복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와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온 인간 김용희님의 당당한 외침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목숨을 건 지금이 차라리 행복하다고 합니다. 무슨 일 이냐고 말을 걸어주고,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김용희님의 지난 24년의 고독한 외침을 생각해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이 우리 사회 곳곳의 고독한 외침을 들을 수 있고, 그들과 함께 동행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