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종교, 천도교에게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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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종교, 천도교에게 말을 걸다 

 

 

이웃이라는 단어는 친근하고 좋은 말이다. 그래서 어떤 대상에 대하여 긍정적인 느낌이 들 때는 이웃이라는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종교, 특히 기독교의 경우에는 이웃에 대한 얘기를 자주 접하지만 다른 종교나 자기가 다니지 않는 교회에 대하여 이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인색하다. 그런 탓인지 평생 자기가 다니는 교회를 중심으로 종교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이웃 종교, 이웃 교회라는 표현은 어색하고 부적절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새길기독사회문화원에서는 매년 1회 다른 종교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이웃 종교 순례"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동안 불교와 원불교를 탐방했고 올해는 7월5일~6일 천도교를 탐방하는 일정을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용담성지와 용담수도원에서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주요 종교의 교리나 상황, 이슈를 듣는 자리도 있었고 퀘이커와 템플스테이를 통해 기독인으로 일상적으로 경험했던 것과 다른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그 때마다 습관이 되어 굳어진 스스로의 종교생활을 성찰하게 되었고, 종교가 가진 동일한 틀의 내용과 형식이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익숙한 것들을 되짚어 보는 긴장감을 느낀 기억이 떠올랐다.

 

이웃 종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받은 숙제는 천도교의 주문 21글자를 외우라는 것이었다. "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 강령주문(降靈呪文) 8글자 + 본주문(本呪文) 13글자 => 직역하면, 우주의 생명력이고 만물의 조화력인 지극한 기운이 이제 나에게 이르러 크게 내리는 것을 청하며 + 한울님을 모시니 내 마음이 정해지고 언제나 잊지 않으니 만사가 형통하네) 알 듯 말 듯 한 한자로 된 주문을 받아 들고 그 뜻을 알고자 검색을 하면서 희미하게나마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주문을 105회 암송하면서 다양한 떨림과 체험을 한 사례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참석자 중 몇 분은 그 떨림이 자기에게 오면 천도교로 개종을 해야 되는지 물으며 미소를 지었다.     

 

용담수도원에 도착해서 둘러본 용담정의 풍경은 다른 세상처럼 아름다웠다. 입구를 지나 용담정으로 오르는 길의 울창한 나무는 걷는 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용담정이 있는 주변의 산세와 계곡은 그 곳에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을 수 있을 수 같은 분위기였다. 천도교를 창도한 수운 최시형 대신사는 이곳에서 1860년에는 세상을 구할 깨달음을 얻었으며, 1863년에는 체포, 압송된 성지이다. 수운 대신사가 태어난 곳과 처형되어 묻힌 묘소도 용담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3.1운동과 천도교'라는 제목의 특강을 들으며 한국 근대사에서 천도교가 주요한 역할을 하였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천도교는 동학혁명과 3.1만세운동의 주도 세력이었으나 그로 인해 이후 심한 탄압과 핍박을 받았고 교세가 급속하게 위축되었다. 동학혁명 당시 동학교도로 밝혀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니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현재에 이르렀다는 설명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3.1만세운동 100주년인 올해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현재 모습을 조명했던 많은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가난과 어려움의 모습이 현재 천도교의 모습과 겹쳐졌다. 마치 예전에 꼿꼿했던 명문가 집안이 역사의 풍상을 겪으며 몰락하여 현재에 이른 그런 느낌이었다. 

 

1박2일 동안 2번의 기도식을 경험했다. 첫날 하루 일정을 마치며 진행한 기도식은 개식, 청수봉전, 심고, 주문 105회 현송, 경전봉독, 심고, 폐식의 순서로 진행됐다. 천도교의 모든 기도식은 깨끗한 물(청수)을 제단에 바치는(봉전) 것으로 시작한다. 놋그릇에 담긴 깨끗한 물. 마치 어머니가 자식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뒤뜰에 올린 정한수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관심은 주문 105회 현송이었다. 21글자 주문을 105회 소리 내어 함께 읊어야 한다. 그런데 현송을 하다 떨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전 지식 탓에 다소 긴장한 모습들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시작된 현송이 반쯤 지나니 입에 익숙하고 어느 정도 몰입이 되었다. 주문 현송이 끝났을 때 참석자들은 눈에 띄는 상황이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는 표정이 교차함을 볼 수 있었다. 

 

천도교 관계자(종무원장과 수도원장)와 대화하는 시간에 전문적인 교직자가 없고 평신도들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천도교 수행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수고가 많을 것이라는 염려도 함께 들었다. 북한에서도 천도교가 잘 유지되고 있으며 남북 평화시대를 위한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설명은 희망을 품게 한다. 환경, 생태, 성평등, 성소수자 같은 진보적인 이슈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지지와 격려의 박수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이웃종교 천도교에 대하여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들은 동학과 인내천 그리고 수운 최시형 선생과 손병희 선생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탐방을 통해서 그 동안 방문했던 경주에 천도교의 주요 성지가 있으며 주문 21글자를 통해 천도교 주요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배라고 할 수 있는 기도식의 내용이 단순하고 쉽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깨끗한 물 한 그릇과 한울님을 내 안에 모시고 주문을 반복적으로 외우며 나와 세상의 희망을 기원할 수 있다는 방식은 복잡하고 습관적인 종교가 되어 소망을 갖게 하기 보다는 짐이 된 듯  한 종교들에 참신한 경종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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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새길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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