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인 2년을 말하다 1
길목인 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길목이란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길목은 나 혼자의 세계에서 나와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작이다. 길목은 막혀있지 않고 열려있다. 길목의 시작점은 소통이다.
길목인의 칼럼을 쓴지 2년이 되어온다. 매번 내가 쓰는 변두리 뉴요커의 글들이 한국에 의식이 깨어 있는 조합 길목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를 해보다, 일단 나만 생각하자. 나는 칼럼을 쓰면서 호기심이 점점 자라고, 주변을 더 깊이 관찰하게 되고, 사람들이 궁금해지고 더 소통하려고 하는 변화가 내 삶을 더 새롭게, 흥미롭게, 따뜻하게 해준다. 내 안에 갇혀 있던 삶을 열게 하고 좀 더 용기 내어, 남의이야기, 그것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 이야기를 열게 하였다. 그래서 매일 한 달에 한번 나를 위한 글쓰기가 때로는 힘들지만 행복하고 뿌듯하다.
길목을 통해 화이트헤드를 읽으며 나의 사유를 스트레치 해보기도 하고, 무와 물만 넣고 끓이는 심플하지만 예술적 경지에 오른 무국(결국 무가 맛이어야 한다)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알프스의 노새와 함께 트레킹을 상상해 본다. ‘영언니의 깨는 일상’을 통해 일상이 시의 언어로 승화하는 것을 음미하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 까메오처럼 등장하는 예술작품이 없나 살펴본다. 맥주와 포도주는 마시지는 않아도 상상으로 목의 갈증을 푼다. 홍영진과 함께하는 영화를 통해 삶의 지경을 넓혀간다.
길목인이 사회협동조합으로 전환이 되어 주요 사업으로 선정한 심리치료가 주변의 많은 힘든 이에게 힐링을 주었으면 한다. 나만의 고통과 외로움을 누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믿는 구석이 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길목인의 조합원들이 좀 더 많이 길목으로 나와 우리의 길목을 더 넓히고, 힘을 실어주고, 소통과 힐링의 경험에 동참하였으면 한다.
길목인이라는 큰 빽 덕분에
재작년 가을쯤 자신을 길목 조합원 이화실 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새롭게 출발한 길목인에 ‘인터뷰’코너가 있는데 제가 다음 달 인터뷰대상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인터뷰의 대상이 되나? 싶어서 몹시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해부터 길목이사를 맡게 되었는데, 별로 기여하는 것이 없어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거절을 못하고 그이를 만났습니다.
우리 둘은 길목조합원이고, 여성이고, 불쌍하게도 아들만 둘이 라는 공통점도 있고 해서 별 경계 없이 몇 시간동안 즐거운 수다를 떨었습니다. 제가 인터뷰 당한(?) 일이 계기가 되어 저도 길목인의 인터뷰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그랬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속에 다른 세상하나를 품은 듯 한 기분이 듭니다. 어떤 때는 마음이 먹먹해 지기도 하고, 자꾸 제 삶을 돌아보게도 됩니다. ‘감동’이라고 해야겠지요. 며칠 동안은 그 회원과 나누었던 이야기 속에 빠져서 그의 삶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자꾸만 그 삶이 떠오릅니다. 이화실씨는 “한 일주일은 그분과 연애를 해요”라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다 싶습니다.
인터뷰 글을 쓸 때면 다른 이의 삶과 고민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두렵고 떨리고 너무나 조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째로 듣고 이야기 나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닙니까? 인터뷰에 응하신 분들은 열린 마음으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부터 지금 열중하는 일, 고민들을 술술술 이야기합니다. 두세 시간이 훌쩍 흘러갑니다. 제게 무슨 마력이 있어 그렇겠습니까! ‘길목인’이라는 큰 빽이 없다면 그런 집중된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겠지요. 그렇기에 부담스럽지만 편집부에서 지령(?)이 떨어지면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에 남다른 인연들을 쌓아 기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회원들을 길목 행사 때나 현장에서 만나면 마치 옛 연인을 만난 것 같은 남다른 반가움을 느낍니다. 그 분들은 아실는지 모르지만요~
누군가 ‘책 몇 권 읽는 것보다 사람 한명을 만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이야기 하던데요, 저는 길목인 덕분에 이런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제게 인터뷰를 당해(?) 주셨던 회원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사진에 글을 더하면
사진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뵌 홍영진 선생님 덕분에 저의 졸필을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진 에세이는 사진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어려운 과제일 것입니다. 사진은 사진으로만 말해야지 설명이 붙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많은 사진작가는 사진에 제목조차 붙이지 않았었고, 옛날 지식인들이 많이 읽었다는 신문은 사진이 글의 동어반복이라며 싣지 않기도 했다고 배웠기에 많이 고민도 했습니다. 적어도 사진을 설명하고 묘사하고 읽었을 때 했던 말을 다시 하는 느낌이 드는, 그런 글은 쓰지 않고 싶었습니다. 글에 모든 내용이 있어도 사진 한 장이 덧붙어 신뢰감을 증폭시키는 현대 기사글이 아니라 사진 에세이였기에 나의 사진은 글을 이끄는 마중물로만 생각하자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짐은 다짐일 뿐, 초등학생 일과표나 어른들의 ‘금연·금주’라고 벽에 붙여둔 글과 다름없이 몸이 원하는 대로 글은 나왔고 다시 읽어보면 창피한 그런 글만 썼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뻔뻔함’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배짱으로 더 나은 글을 쓰기 바라기에, 이 사진 에세이를 드러낼 기회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글을 보일 기회가 대자보나 유인물밖에 없던 시절에서 신문 귀퉁이에 엄선된 ‘독자투고’에 기뻐하던 시대와 누구나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시절을 지나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생각을 드러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읽고 생각을 정리하던 사람들은 동영상으로 자기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습니다. 매력적이고 중독적이고 그 어떤 것보다 쉬운 술자리 철학이 차근차근 읽고 생각하는 힘을 주는 글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이 동영상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읽기를 강요하는 시대를 거스르려는 노력은 다시 언덕을 굴러내러 갈 뿐인 돌덩이를 미는 것과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세이에 붙은 사진이 스스로 글을 읽고 고민하려는 사람들이 드물어진 세상에서 무심히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글로 유인할 좋은 미끼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사진 없는 이런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은 이런 미끼의 유치한 의도는 금방 알아채시라 생각합니다만.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웹진 [길목인] 2년을 돌아봅니다. 한 호도 쉬지 않고 올 수 있었다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길목인에 연재를 오래한 분을 꼽으면 창간호부터 매월 르포를 기고하는 일곱째별과 3호부터 [뉴욕이야기] 기고한 홍영혜 조합원입니다. 두 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2년여 동안 매달 원고를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일곱째별은 투쟁 현장을 취재하며 때로 단식에 참여하면서도 항상 원고 마감을 지켰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몸으로 원고를 쓴 적도 있었습니다. 필자 분들 한 분 한 분마다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자리에선 ‘마감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씀만 우선 전하겠습니다. 모든 필자와 편집위원들께 그저 감사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존재 이유,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조합원이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길목인] 또한 그럴 것입니다.
웹진 [길목인]의 정체성은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조합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디어입니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세상에 드러내는 매체입니다.
웹진 [길목인]은 단순히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소식지 성격을 갖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소식지에 만족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식지를 넘어서고 싶은 분들도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어떻게 어떤 희망을 갖고 참여 하느냐에 따라 때로 조중동이나 JTBC 보다 터 큰 파워를 지닌 매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길목인]에서 만난 좋은 콘텐츠를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퍼 나르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길목인]에서 ‘집중 기획’을 해 사회적 이슈를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길목인]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널리 알리는 것, 매체 파워를 키워 가는 것..... 모두 조합원들의 뜻과 참여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SNS미디어시대 웹진 [길목인]을 통해 모든 길목조합원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콘텐츠의 필자가 되고, 더불어 웹진 [길목인]은 힘 있고 활기찬 매체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