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 평가와 전망, 2019 그리고 2020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이면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맞을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습관처럼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는 좋은 습관이고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더구나 일곱 살짜리 ‘길목협동조합’이 여덟 살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으로 커갈지 다시 한 살짜리가 될지는 2020년 활동이 중요합니다.
다가올 2020년 ‘길목’을 함께 얘기하고자 합니다.
2020년 심심 계획
1. 길목강좌
강사 : 노경선 박사
시간 : 1월 중
2. 심심개인상담
1) 무료상담 : 시민사회단체 전·현직 활동가, 해고자, 장기투쟁사업장 구성원, 청년활동가 대상
2) 유료상담 계획 중 : 조합원과 일반시민에게 개인상담 확대
3) 상담사 확충 계획 중
3. 심심집단치유프로그램 진행
1) 미술치유
2) 몸 펴기 생활운동
3) 연극치유
4) 통합 진행
(현재 논의 중. 상황에 따라 꿈해석, MBTI, 애니어그램 등 진행 가능)
4. 심심 사업확장
1) 공모사업 지원
2)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청소년 대상 심리지원과 장애학생들 대상 심리지원에 대한 제안 : 준비팀을 꾸려 사업이 가능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할 계획
길목도싸 & 도사
길목도싸(도시락싸들고) : 밥나눔을 매개로 찾아가는 심심心心
길목도사(도시락 사업) : 심심, 도싸 등 사협 길목의 사회적 기여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수익사업
2019년 길목도싸는...
강남역 CCTV철탑에는 174일째(11월30일 현재) 고공농성중인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님이 있다.
철탑 아래 비닐천막에는 삼성해고노동자 이재용 님과 지원활동가 박미희(기아차해고노동자)님,
그리고 여러 단위에서 연대지지 방문을 하러 오신 분들이 늘 함께 한다.
철탑에 도시락을 올리고 김용희님과 전화안부를 묻는다.
철탑 위와 아래 비닐천막에서 함께 도시락을 나눈다.
도시락을 열자 따뜻한 밥과 뜨끈한 국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차가운 바깥공기 탓에 금새 비닐천막 안이 뿌옇다.
흐려진 화면에 용기가 났을까?
촉촉해진 눈, 고인 눈물도 가려질 것 같다.
모락모락 서린 김은 서로가 깊이 가둬둔 마음을 여는 장치가 된다.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장기투쟁노동자와 방문자 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지워진다.
오래된 벗처럼 느껴지고 동지적 관계만이 남는다.
2019년 길목도싸는 강남역 철탑에서 장기투쟁중인 김용희 님이 55일간의 단식을 중단했을 때 회복식으로 매일 ‘죽’을 배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9월부터는 매주 1회 김용희, 이재용님과 연대지원방문 하는 분들과 함께 도시락을 나누고 있다. 보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도시락을 배달하고 함께 나누는 이가 치유활동가로서 마음을 나누는 또 다른 의미의 심심치유활동이 이루어진다.
2019년 길목도싸의 성과라면...
'밥나눔을 매개로 찾아가는 심심心心' - 심심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주요 사회적 기여활동으로써 길목도싸의 가능성과 방향을 찾은 점이라 하겠다.
2020년 길목도싸와 도사는,,,
'길목도싸'의 과제는 여러 현장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도싸를 확장하는 것이다.
'길목도싸'의 확장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는 사업이 '길목도사'이다.
'길목도사'는 '도싸' 뿐만 아니라 심심 등 길목의 사회적 기여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길목의 수익사업으로서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사업기획팀 구성을 제안한다.
길목기행, 1박2일은 자제하고 당일 코스 세 번 쯤?
길목의 기행 ‘이야기가 있는 여행’이 1년에 한 번 있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다가 2019년에는 한 번도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나 봅니다. 내심 문경기행을 생각하고 있었죠. 백두대간을 넘는 새재(鳥嶺)와 선유동(仙遊洞)을 걸어보고, 문경(聞慶)이 고향인 아나키스트였던 박열(朴烈)의 삶과 남편의 무덤은 북녘에 두고 남편의 고향 마을에 묻혀있는 일본인 아내 가네코후미코(金子文子)의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일요일 예배에 빈자리가 많은 지금의 향린 사정에 토요일과 일요일로 이어지는 길목의 1박2일 여행은 교회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2020년엔 세 번 쯤의 당일 여행 진행을 제안합니다. 봄, 가을, 겨울여행이 어떨까요?
겨울의 차가운 기온과 삭풍이 부는 1월엔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 계곡을 따라 걷는 건 어떨까요? 하천이 흐를 땐 접근하기 힘든 계곡은 겨울엔 하천이 얼어붙어 계곡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기반암인 화강암 위를 여러 차례 흘러내린 현무암의 층들을 볼 수 있는 장소랍니다. 하천을 따라 흐르는 물의 힘으로 깊어진 골짜기는 절벽을 이룬 곳이 많습니다. 땅이 만들어진 역사를 드러낸 지질학(地質學)의 이야기와 물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계곡의 지형학(地形學)을 이해하며 따라 걷는 길이죠.
연두빛이 움트는 4월이 오면 강화 고려산으로 가서 진달래 구경도 하고, 지행일치(知行一致)를 실천하다 사라져간 양명학 강화학파 사람들의 흔적도 몇 군데 돌아볼 수 있습니다. 선원면에 세워져 있는 충열사는 선원 김상용(仙源 金尙容)과 함께 병자호란 때 강화 함락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권력의 중심에 섰던 안동김씨의 이야기... 이 때 아버지를 잃고 유복자(遺腹子)로 태어난 김만중의 이야기... 같이 죽기로 약속했지만 살아남은 윤선거의 아들 윤증과 윤선거를 비아냥거린 송시열은 갈라져 노론과 소론의 당파를 이루는 이야기를 해 볼까요?
여름엔 쉬어야죠. 특별히 길목에서 행사를 하지 않아도 가족들과 벗들과 휴가를 떠나는 계절이니까요. 더위 때문에 걷기도 힘들거든요.
단풍이 시작되고 낙엽이 지는 시월쯤엔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걸어봄이 어떨까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지(史庫地)도 들러보고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있는 적멸보궁(寂滅寶宮)도 가 보면 좋겠죠. 단풍길이 아름다우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길목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다
예전엔 길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해질녘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 어귀의 포근함과 왠지 모를 설렘을 담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협 ‘길목’을 알게 되니 이제는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어귀에서 길을 열어가는 적극적인 이미지도 떠오른다.
그런 길목의 이미지에 얼마 전부터 이미지가 하나 더 덧대어졌다. 책장 넘기는 모습......
포도주 한 잔 나누는 낯선 이들과의 잔잔한 교류........
처음 독서 모임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7할 이상은 이제 사협으로 어렵게 출발한 길목이 조합원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니 만큼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재미없어도 지루해도 꼭 참석해야지 작은 결의도 했던 것 같고.
그런데 첫 만남부터 의외였다. 일단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라 약간의 낯가림이 마음속에 있었는데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아주 편안했고 들어줌의 배려가 넘치는 자리였다. 또한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라 그런지 운영방식 논의와 회비문제까지 일사천리로 결정하시더니 발제도 독특하게 진행하시는 신선함이 있었다.
첫 인연을 맺은 책은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퇴락한 반동기의 사상적 풍경(저 서경식)」 이었다.
‘왜 일본 민중들은 계속적인 반동적 우익의 길에 강력히 저항하지 않는가’에 대한 궁금함이 이 책을 읽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 책을 쓰신 서경식님은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귀화하지 않은 채로 살고 계신 분으로 디아스포라의 고통을 겪으며 형성하신 정체성으로 일본사회를 해석하신다. 서경식 교수님은 어린 시절 보통의 일본 아이들과는 본인이 다르다는 걸 느끼며 재일동포로서 정체의식을 갖게 되던 시기에 두 형이 간첩단 사건으로 투옥되는 등 한국의 분단현실로 인한 겹 중의 고통을 겪게 되셨다. 이로 인해 우리 현대사와 일본에 대해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의 관점을 형성하시게 되었다. 이 때의 경험들이 책 속에 깊이 있게 배어 있으며 재일조선인 출신의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 극우화되는 일본을 날카롭게 비판하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진보 지식인과 언론들을 중심으로 비판하면서 현재의 일본의 극우 득세는 이 같은 ‘리버럴파’의 퇴행적 변질이 원인이라고도 지목하신다.
두 번째 인연 맺은 책은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저 리 호이나키)」 이었다. 이 책은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라서 처음 봤을 때는 ‘헉 이걸 다 언제 읽지?’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산티아고의 길을 같이 따라가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글쓴이의 사유에 빠져들며 책 속에 점 점 끌려 들어갔다.
나에게 깊은 매력을 주었던 글의 대목은 바로 이것이다.
순례 첫날부터 무릎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여정을 시작한 리 호이나키님이 그 고통을 통해 마침내 예수의 고통과 희생이 어떻게 구원으로 승화되는지를 깨닫는 지를 표현한 곳.
진정한 신앙의 완성은 고통을 통해 얻어지며 그 고통은 자기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관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 통증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 안에 자리 잡고 앉은 선물이었다. 남을 사랑할 수 있게 하고 내게 사랑의 능력을 주는 바로 그런 은총이었다.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고통의 면류관을 쓰고 걷는 길이다. 이길 은 또한 나의 길, 나의 카미노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 내 평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가 그리스도의 고통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그들도 내 고통을 필요로 하며 그래야 비로소 그들도 사랑을 알게 되고 진정으로 남을 사랑할 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겪은 끔찍한 통증은 악이 아니다. 피하거나 덜어야 할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게 주어진 특별한 선이고 고결한 선물이며 은총이다.
자만심을 경계하는 수단으로서 고통은 매우 알맞다.......현실 속에서 직접 발을 딛고 서지 않는 한 어떠한 의미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육화된 신앙, 피상적 구호나 지향으로서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살과 살이 맞대어 지는 삶에서 오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고 그런 사랑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는 그의 깨달음......
이 책을 읽던 시기가 교회의 아픔이 치열하게 드러나던 시기였기에 계속 잠 못 들며 우울하던 시기였기에 특별히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 예수의 고통이 필요했다는 문구를 읽던 순간은 턱하니 뭔가가 막혀왔다. 또한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되는 것은 고통을 통해서라는 말은 계속적으로 그 줄에 내 시선이 머무르도록 나를 붙잡았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 혹은 헤어짐에 숨이 막힌 사랑경험을 했던 이들은 아마 이 문구가 가슴 절절하게 와 닿으리라....
두 번의 책, 사람들과의 만남은 아직은 무엇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두 번의 인연은 새로운 앎도 주었고 답답하고 우울하던 속에 한 모금의 시원함도 주었으며 따뜻하고 편안한 교류를 주었다. 무엇보다 ‘비틀거리며 가는 사랑’을 고민하게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독서 모임이 계속 기대 된다.
조합원사랑방 : 길목 영화 사랑방 모임
사회적 협동조합 길목에서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 사회에 가치 있는 사업에 참여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끼리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영화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인 조합원들이 같이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여 영화를 미리보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심 있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우리 시대의 여러 상황을 파악하며,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보는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끼리 서로 알아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박치기, 2004”, “버닝, 2018”, “세 번째 살인, 2017”을 보며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합원들께 공지하고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매달 4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향린교회 2층 어린이부실에 모입니다.
참여하고 싶은 조합원은 hongyjin@nate.com이나 010-3763-5830으로 연락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