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 그리고 바람
삼성해고자 김용희 철탑농성 178일째 12월 24일 수요문화제 ‘길목 도싸의 연대발언’
저는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조합원으로 지난 2년 동안 ‘길목인’이라는 웹진 편집장 일을 했던 이화실이라고 합니다. 길목협동조합을 소개하기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만, 제가 소망하는 의미를 한마디로 소개드린다면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길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사람들’- 좋은 뜻을 이루고자 일하지만 현실 녹녹치 않지요. 심신이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과 힘든 마음을 나누고 함께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일- 길목이 하고자 하는 일들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도시락싸들고 입니다. 2017년에는 유성기업 투쟁현장에서도 함께 했습니다.
저는 55일 간의 단식을 마치고 1주일 지난 지점부터 나향님과 함께 격일로 죽을 올렸고.. 일상식이 시작된 다음엔 1주일에 한번 소풍가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김용희님과 함께 이재용님, 박미희님, 그리고 그 때 그 때 연대방문하신 분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제가 석 달 정도 이일을 하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반응이 대강 3단어로 정리됩니다.
“네가?”
“정말?”
“안됐다 그분들.”
생략 된 앞 뒷말이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상상이 되시겠죠?
제가 뻔뻔한지 몰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아마 못했을 겁니다. 그냥 집에서 같이 먹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하니까 즐겁게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요리 솜씨에 대해서는 저 나름의 대처 방법이 있거든요 밥상을 펴면서 “맛있다는 이야기 안하시면 못 일어나십니다!”얘기하거든요. 실패한 요리도 당당히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형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계란프라이를 놓고 ‘계란프라이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의 요리’라는 억지 주장을 한참을 웃으며 이야기 삼다가 이재용님과 박미희님 모두 만장일치 동의한다던지....
김용희님, 이재용님, 박미희님이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누는 마음이, 함께 하는 이야기가 더 맛있고 귀하길 바랄 뿐입니다.
도시락을 나누며 새로 깨닫게 되고,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만 .. 한 가지만 나누면...
이전에 저는 장기투쟁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365일 24시간 결연한 자세로 투쟁만 하는 분들이고, 또한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분들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여기 와서 생각이,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김용희님과 이재용님, 박미희님의 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연대하고 계십니다만 김용희님이 철탑 위에 올라가 단식을 이어가는 50여일 되도록 찾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재용님과 박미희님은 낮에는 저쪽 철탑아래 초소에 등을 기대고 우두커니 지켜보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갈 때마다 강남역 철탑과 농성천막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도시락 준비하고 나누는 시간이 끝나면 저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연대 방문, 거리기도회, 예술제까지 마치고 우리는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밤에 철탑 위에 홀로 남겨져있을 김용희님,
홀로 남겨둘 수 없어 최대한 늦게까지 버티는 이재용님 그리고 박미희님. 전비담 선생님 등등... 함께 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새벽까지 천막을 지킵니다.
밤에 홀로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일상의 모든 순간, 숨 쉬는 것조차 투쟁이면 얼마나 숨 막힐까?
박미희님이 이야기 했습니다. 어디를 갈 수도 없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고.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던 마음은 이 강남역에 붙들려 있다고.
이재용님이 입에 달린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이렇게 고생시켜서 어떻게 하느냐고요...
김용희님도 도시락을 내려주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빚을 어떻게 갚냐고. ..”
이에 저는 .. “장부에 꼼꼼히 메모하시라고...” 하지요.
삼성해고자 김용희님, 삼성해고자 이재용님, 그리고 지원활동해주시는 기아차 해고자 박미희님에게 일상의 에너지, 투쟁의 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연대하는 이들의 소중한 마음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지지의 힘이 커지고 커져 그 힘이 삼성에 대한 분노,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간에 회한보다 더 크고 큰 일상의 에너지, 투쟁의 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믿습니다. 우리는 최소한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