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cac8d6

한열이 형과 오르내리던 길

posted Jul 12, 2023
Extra Form
발행호수 7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6월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6월 시작하는 날 신촌사회과학대학 연합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섭외되어 연희관 강의실에 32년 만에 갔습니다.

1991년 봄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연희관을 올랐는데 이날은 말하기 위해 교단에 섰습니다.

 

걸으며__noname01.jpg

 

6월의 교정은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돌로 지어진 건물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수천의 잎을 이끌고 벽을 오르고 있습니다.

연희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클래식'에 배경음악으로 나온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노래가 잠시 떠올랐습니다.

안타깝지만 뉴런과 뉴런이 만들어 낸 저의 인드라망에는 이런 추억은 남아있지 않네요.

https://youtu.be/5ysdHjaeGGU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까지는 500미터입니다. 무던히 걸어 다녔고, 쫓겨 다녔고, 또 비틀대며 다녔던 길입니다.

자동차가 점령했던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이 주인 되는 곳으로 거듭난 곳이었습니다.

차량이 중심이던 수십 년 발전의 시절에서 걷는 자가 공간의 주인이 되는 지속성의 시대가 오는 줄 알았습니다.

단체장이 바뀌니 이걸 뒤집는 것도 순식간이더군요.

 

신촌지역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토크콘서트는 마침 축제 기간에 열렸습니다.

노천극장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이어지는 함성과 흥겨움을 뒤로하고 모인 삼십여 명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물었습니다.

모든 공간에 관한 질문은 권력의 위계를 내포하고 있다. 당신은 이 길의 주인인가?

맑은 눈을 크게 뜬 영화의 주인공 같은 후배들과 한 시간 반여 이어진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화와는 다른 설렘의 감정이 들었습니다.

 

걸으며_image01.png

 

"Let your name forever be inscribed"

오르내리는 길, 캠퍼스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그는 1987년 6월 9일 최루탄에 피격된 후 25일 생사를 넘나들다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김영국.png


  1.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양날의 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달성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폐해를 수반할 수 있다. 자본주...
    Date2024.01.07 By관리자 Views68
    Read More
  2. 빗속에 풀 마라톤을 달리다

    1. 武人들을 만나다 먹물들 틈바구니에서 오십여 년을 살았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폄하할 의도가 아니다. 칼보다 강한 붓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 그들은 복잡하다. 오늘 나는 8,230번째로 들어왔다. 내 앞에서...
    Date2023.12.04 By관리자 Views84
    Read More
  3. 몽골 트레킹의 추억

    계획의 공간에서 법칙의 시공으로 이동하다. 울란바토르는 혼잡하다. 계획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돈만이 가득하다. 울란바토르 시내 거리거리를 가득 메운 차량만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발전소와 경수로 냉각탑 비슷한 저 배치는 무엇이란 ...
    Date2023.11.03 By관리자 Views82
    Read More
  4. GTX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흔히 GTX로 불리는 고속 지하철 4개 노선 건설에 투자되는 금액은 19조 원을 상회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드는 예산이 4조 5천억 원이니 GTX의 투자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광역급행철도 건...
    Date2023.10.04 By관리자 Views85
    Read More
  5. 태풍 카눈을 지켜보며

    올해 여름 장마 때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자연재해, 특히 홍수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거나 유실될 때 이는 바로 인명 사상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초래한다. 8월 초 상륙한 6호 태풍 카눈으로 전국적으로 폐쇄되거나 통행이 제한되...
    Date2023.09.02 By관리자 Views82
    Read More
  6. 공정하고 상식적인 대중교통 요금제

    대중교통은 통근 및 통학 그리고 여러 목적 통행 즉, 쇼핑, 여가, 친교 등 우리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행위들을 뒷받침하는데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더불어 대중교통의 활성화는 교통체증 완화와 환경 보호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현재 적용되고 있...
    Date2023.08.04 By관리자 Views74
    Read More
  7. 한열이 형과 오르내리던 길

    6월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6월 시작하는 날 신촌사회과학대학 연합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섭외되어 연희관 강의실에 32년 만에 갔습니다. 1991년 봄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연희관을 올랐는데 이날은 말하기 위해 교단에 섰습니다. 6월의 ...
    Date2023.07.12 By관리자 Views144
    Read More
  8. 두 번의 달리기와 한 번의 음악회

    사이렌이 울리고 재난 문자가 요란하여 새벽에 깨버린 탓에 일찌감치 나선 출근길에 왠지 봄철 치정살인극이 떠올라 마스카니가 작곡한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띠까나를 하루 종일 오며 가며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 오니 아쉽다고 해야 하나 좋다고 해야 하나...
    Date2023.06.09 By관리자 Views119
    Read More
  9. 4월에 일어난 일들

    친구들과 강원도 정선을 나드리 삼아 다녀왔다. 마침 정선 오일장이다. 참두릅 개두릅 좌판에 그득하다. 끓는 물에 데친다. 참두릅 20초 개두릅 10초 찬물에 헹군다. 예쁘게 담는다 아차차 초고추장이 없군. 스윗칠리소스를 대타로 봄을 입안 가득~ 의미 있는 ...
    Date2023.05.11 By관리자 Views134
    Read More
  10. 달리기와 다정함

    며칠 전부터 마음에 들어와 앉은 문장이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인류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브라이언 헤어가 쓴 이 책을 아직 펼치지는 못했지만 겉표지에 나열된 김영하, 최재천 이런 이름 때문에 이 구절에 매혹당했던 것은 아닙니다. "우...
    Date2023.04.11 By관리자 Views1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