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cac8d6

공정하고 상식적인 대중교통 요금제

posted Aug 04, 2023
Extra Form
발행호수 7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중교통.jpg

 

 

대중교통은 통근 및 통학 그리고 여러 목적 통행 즉, 쇼핑, 여가, 친교 등 우리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행위들을 뒷받침하는데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더불어 대중교통의 활성화는 교통체증 완화와 환경 보호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거리비례제 대중교통요금은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체계입니다. 이는 더 멀리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이 지불한다는 원칙의 요금 지불 체계입니다. 수익자 부담이라는 논리를 배경으로 하는 거리비례 요금제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거리비례로 대중교통 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은 사회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이 생업을 위해 긴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더 높은 요금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 약자들이 대중교통 요금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높아져 가처분소득(可處分所得)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일반적으로 도시권역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은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지역에 있는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가(地價)에 따른 거주지 선택의 불균형을 거리비례 대중교통요금제가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주거지는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거리비례제에 따라 통행에 필요한 비용을 더 높게 지불함으로 소득 역진적(逆進的)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소득 역진적 결과를 낳는 거리비례제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단일요금제는 모든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는 체계입니다.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동거리나 자신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원거리 통행을 하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여 소득 역진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장거리 여행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하여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단일요금제도 지금과 같은 무료환승 혜택을 부여하여 대중교통 이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독일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월 9유로(1만 3천 원)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교통카드를 도입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9유로 티켓은 5천2백만 장이 발행되어 2022년 6월, 7월, 8월 3개월 동안 월평균 10억 통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독일교통산업연합회는 이 정책이 '완벽한 성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정책에 이어 올해 5월 1일부터는 월 49유로(7만 원) 교통카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티켓으로 고속철도를 제외한 시내버스, 지하철, 시외버스, 지역간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전국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정기권 교통카드로 베를린 시내 대중교통만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81유로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9유로 전국 이용 대중교통카드 역시 파격적인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요금 제도의 소득 역진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적 대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사례와 같이 정액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입니다. 독일과 같이 지역간 이동 및 도시내 이동 모두에게 무제한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 혜택이 아니라도 출퇴근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월 이용 빈도의 여유를 두어 발행한다면 상당한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의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사업과 같이 특정 연령대나 소득 계층을 위한 요금 할인 및 대중교통 이용금액 환불 정책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중교통지원 정책은 인플레이션이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에 실질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효과를 지닙니다. 하지만 정부는 상당한 재정 지출을 부담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도 연방정부와 16개 주 교통장관이 숙의(熟議) 과정을 거쳐 전국에 통용하는 49유로 교통카드를 도입하는데 합의하였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은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지속가능한 도시체계 구축이라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의 관점에서 평가해도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면서도 사회적 형평성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좀 더 공정하고 상식적인 대중교통 요금제를 도입하여 사회적 포용성을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더불어 서민들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김영국.png


  1.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양날의 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달성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폐해를 수반할 수 있다. 자본주...
    Date2024.01.07 By관리자 Views68
    Read More
  2. 빗속에 풀 마라톤을 달리다

    1. 武人들을 만나다 먹물들 틈바구니에서 오십여 년을 살았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폄하할 의도가 아니다. 칼보다 강한 붓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 그들은 복잡하다. 오늘 나는 8,230번째로 들어왔다. 내 앞에서...
    Date2023.12.04 By관리자 Views84
    Read More
  3. 몽골 트레킹의 추억

    계획의 공간에서 법칙의 시공으로 이동하다. 울란바토르는 혼잡하다. 계획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돈만이 가득하다. 울란바토르 시내 거리거리를 가득 메운 차량만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발전소와 경수로 냉각탑 비슷한 저 배치는 무엇이란 ...
    Date2023.11.03 By관리자 Views82
    Read More
  4. GTX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흔히 GTX로 불리는 고속 지하철 4개 노선 건설에 투자되는 금액은 19조 원을 상회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드는 예산이 4조 5천억 원이니 GTX의 투자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광역급행철도 건...
    Date2023.10.04 By관리자 Views85
    Read More
  5. 태풍 카눈을 지켜보며

    올해 여름 장마 때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자연재해, 특히 홍수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거나 유실될 때 이는 바로 인명 사상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초래한다. 8월 초 상륙한 6호 태풍 카눈으로 전국적으로 폐쇄되거나 통행이 제한되...
    Date2023.09.02 By관리자 Views82
    Read More
  6. 공정하고 상식적인 대중교통 요금제

    대중교통은 통근 및 통학 그리고 여러 목적 통행 즉, 쇼핑, 여가, 친교 등 우리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행위들을 뒷받침하는데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더불어 대중교통의 활성화는 교통체증 완화와 환경 보호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현재 적용되고 있...
    Date2023.08.04 By관리자 Views74
    Read More
  7. 한열이 형과 오르내리던 길

    6월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6월 시작하는 날 신촌사회과학대학 연합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섭외되어 연희관 강의실에 32년 만에 갔습니다. 1991년 봄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연희관을 올랐는데 이날은 말하기 위해 교단에 섰습니다. 6월의 ...
    Date2023.07.12 By관리자 Views144
    Read More
  8. 두 번의 달리기와 한 번의 음악회

    사이렌이 울리고 재난 문자가 요란하여 새벽에 깨버린 탓에 일찌감치 나선 출근길에 왠지 봄철 치정살인극이 떠올라 마스카니가 작곡한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띠까나를 하루 종일 오며 가며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 오니 아쉽다고 해야 하나 좋다고 해야 하나...
    Date2023.06.09 By관리자 Views119
    Read More
  9. 4월에 일어난 일들

    친구들과 강원도 정선을 나드리 삼아 다녀왔다. 마침 정선 오일장이다. 참두릅 개두릅 좌판에 그득하다. 끓는 물에 데친다. 참두릅 20초 개두릅 10초 찬물에 헹군다. 예쁘게 담는다 아차차 초고추장이 없군. 스윗칠리소스를 대타로 봄을 입안 가득~ 의미 있는 ...
    Date2023.05.11 By관리자 Views134
    Read More
  10. 달리기와 다정함

    며칠 전부터 마음에 들어와 앉은 문장이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인류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브라이언 헤어가 쓴 이 책을 아직 펼치지는 못했지만 겉표지에 나열된 김영하, 최재천 이런 이름 때문에 이 구절에 매혹당했던 것은 아닙니다. "우...
    Date2023.04.11 By관리자 Views1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