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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띵동~ 왕진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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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사회학과 역할 이론

posted Jul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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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고경심(서울36의원)
글쓴이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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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을까? 아프지 않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과 걱정은 60세가 지난 모든 노인들이 당면한 과제이다. "건강하지도 않고 아프고 누군가의 돌봄에 의존하여 사는 노인의 모습"을 방문진료를 통해 마주하게 되면서 떠오르는 질문이기도 하다.

 

올해 6월에 <노인의학 세부전문의>라는 책이 출판되어서 같이 일하는 의사들끼리 같이 읽으면서 공부하기로 하였다.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관리위원회에서 여러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교과서 수준으로 잘 정리된 의사들을 위한 책이다. 사실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전문의 수련과정에서 해당 전공과목에 치중한 나머지 총체적으로 진료를 해야 하는 노인의학의 지식과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의사들도 자신이 보는 환자가 노인일 경우, 일반적인 성인 남녀와 다른 생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조건에 놓여있는 대상임을 알고 적절한 진료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의사들도 노인의학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경험을 나누어야 한다.

 

이 책에서 <노년 사회학>이라는 장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가 쓴 내용인데, 시사하는 바가 커서 소개하고자 한다. 노년을 바라보는 모델과 이론에 대한 글인데, 먼저 생애주기 역할 모델이 있다. 생애주기 모델은 나이에 따라 개인들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검토한다.

 

생애주기 상 노인들의 역할은 다음의 몇 가지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첫째, 자녀의 성장과 독립이다. 자녀들이 부모를 떠나가게 되면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과거만큼 지속하기 어렵다.

둘째, 경제 활동으로부터의 은퇴이다. 이 은퇴는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다양한 역할의 중지를 의미한다.

셋째, 배우자의 사망이다. 이는 배우자와 함께 하던 시간, 공간, 활동이 모두 변화되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넷째, 건강 상태의 악화에 따른 의존성 증가이다. 건강이 나빠지면 자녀에게 의존하거나 시설에 입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노년에 나타나는 이러한 역할 변화에 대해 흔히 역할의 상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즉, 새로운 역할은 나타나지 않는 반면, 기존의 역할들은 점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려울 경우 화를 내거나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역할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달리 연령층화 이론(Age stratification theory)은, 동일한 연령대라 할지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경험을 할 뿐만 아니라 상이한 가치와 행동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 집단만의 독특한 문화적, 사회적 경험을 통해 가치, 규범, 행동양식 등이 이전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식민지 세대, 한국전쟁 세대, 베이비 붐 세대, 386 세대 등으로 연령과 역사적 경험의 측면에서 여러 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경험한 독특한 역사와 사회구조를 이해해야 상이한 세대의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연령 통합 이론(age integration)이 있다. 이는 첫째 연령 장벽을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나이는 그들이 맡을 수 있거나 포기해야 하는 직위나 역할을 규정하는 잣대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둘째, 연령을 초월한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이 일 학습 또는 취미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는 연령 장벽이 없는 '연령 유연성'과 연령 간 상호 작용하는 '연령 다양성'을 개념화한다. '연령 유연성'은 한마디로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나이는 더 이상 접근에 대한 엄격한 장벽이 아니고 개인은 긴 생애 동안 교육, 직장, 가족, 시간, 여가 및 기타 선택을 할 기회가 허용된다.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감소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연령 다양성'은 동시대 사회에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연령대가 어우러져 다양한 연령 간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연대감이 형성되며 삶이 풍요로워지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러한 연령 통합을 향한 커다란 흐름이 이미 사작되었다고 한다.

첫째,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점점 더 오래 살고 있다. 사람들이 오래 살수록 삶의 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한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 이는 다른 역사적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집단이 동시에 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령과 관련된 다양성이 더 많이 존재한다.

둘째, 단일 직업 경력은 빠르게 이전 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조직에서 특정한 하나의 경력으로 인생의 중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 변화와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노동시장이 격변하고 디지털 시대의 돌입과 로봇의 사용은 기존의 직업관을 바꾸고 있다. 이에 고령층과 비고령층은 모두 새로운 변화의 상호 사회화와 학습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역할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령 통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다르게 형성된 역사적 힘과 사회적 배경 속에 살아온 사람들의 가치, 열정, 이상 등은 서로 충돌하고 갈등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연령 통합은 필수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노년 세대에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노년 세대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개입하면서 그 부담을 줄이고, 함께 일하고 배우고 즐기면서 세대 간 결속이 강화되는 정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이 석재은 교수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든 생각은, 우리 사회가 2025년에는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데, 과거와 달리 건강한 노인들이 많고 그들의 경제활동과 경험과 지혜를 우리 사회가 통합하여 같이 상호작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개발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이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학습하고 돕는 사회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 노인들이 '나이주의'를 내세우면서 꼰대가 되지 않고 보다 유연하게 지혜롭게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마음을 여는 노력도 함께 말이다. 우선 만 나이 65 세인 나부터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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